정말 힘들었습니다. 여름 내내 끝이 보이지 않던 가뭄과 폭염이 건조에 강한 고춧잎마저 낙엽지게 만들어 고추밭을 바라보면 긴 한숨만 나왔으니까요. 포기마다 일일이 관주도 해보았지만,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수분을 아낌없이 앗아가면서 수고로움이 더 큰 허탈감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하늘의 비가 아니고서는 저 뜨거운 불볕더위를 식힐 수 없었지요.
결국 손을 놓게 되었고 그래도 미련이 남아 매일매일 밭에 나가 더 깊이 쳐져가는 잎사귀들을 바라보면서 하늘을 원망하며 발길을 돌리곤 했습니다. 건조에 강한 고추의 생명력도 그 끝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을 때, 예보에도 없던 비가 기적적으로 찾아왔지요.
사실 고추 뿐만 아니라 들녘에 심겨져 있던 콩잎사귀도 누구네 할 것 없이 모두 메말라 뒤집혀져 있었는데, 한 번의 비로 생기를 되찾으니 정말 하늘의 비 만큼이나 좋은 보약이 있을까 싶어요. 지금은 그 비가 멈추지 않고 매일 오고 있지요. 어떤 땐 두 번씩도 내리구요. 암튼 올해의 기상도 오래도록 제 머리 속에 남을 듯합니다.
생기를 되찾은 고추밭의 풍경이에요. 그동안 얼마나 가뭄을 받았으면 벌레의 침입도 전혀 없고 늘 따라다녔던 탄저균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요. 절망의 끝자락에서 거짓말 같은 최고의 풍작이 되었지요.
주위에서는 약 한번 살포하지 않은 고추밭이 그렇게 깨끗하다나요....
그 소릴 들으니 일주일 간격, 열흘 간격으로 약을 쳤던 저는 조금 속상했습니다. 그 비싼 농약 값을 아낄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를 놓친 것 같아서요.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사진으로 보는 것 만도 배가 불러 오는데요..ㅎ
매년 다른 품종을 선택해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지만, 올해는 대과종이 걸린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조금 드문드문 열렸습니다.
또한 올해는 일시에 붉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도로를 달리다 보시면 고추밭이 붉은 꽃밭으로 보이는 곳도 있을 거예요.
귀가 왜 이렇게 억샌지 따는데 애를 먹었어요. 고추농사를 지으시는 분은 이 고추의 품종이 지난 포스트에 소개되어 있으니 품종 선택에 참고하세요.^^
저희 집엔 기름 건조기와 전기 건조기가 있는데, 이번에 전기 건조기가 비어 있어서 채반에 담고 있어요.
전기 건조기는 농사용 전기 5kw라서 채반이 16개 들어가고 건고추로 말리면 40~50근 정도 나옵니다.
기름 건조기와 틀린 것은 아무래도 칸칸이 채워 넣기 때문에 납작해질 우려가 없고 색상도 고르고 예쁘게 나온다는 장점이 있어요. 다만 한번 건조 시 위에 언급 했듯이 작은 양만 건조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으로 농사를 지으시면 달리 생각해보셔야 할 듯.,,
고추 건조기의 성능과 효율에 대해선 천천히 포스트해 볼게요.
초보농사꾼으로서 이 정도 색상이면 잘 나왔지요?^^
요즘 고추 수확의 시기가 절정이어서 많은 양이 나오고 있어요. 시세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구요. 하지만 올해는 탄저병에 걸린 고추가 없어 유례 없는 우수한 품질로 소비자를 찾아가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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