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호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저희 마을 밤하늘에도 어두운 먹구름이 덮쳤던 저녁이었습니다. 밖의 날씨가 이러한데 집안의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네요.

볼라벤

제 15호 태풍 볼라벤이 서해를 따라 북상할 때, 서해에서 아주 먼 위치에 있는 저희 마을에서도 어두운 먹구름이 하늘을 가렸지요. 
태풍의 반경이 워낙 넓었던 탓이에요.

은수

은수엄마는 기침을 하는 은수에게 약을 먹이고 있었어
요. 태풍의 밤하늘을 지켜보는데 집안이 시끄러워 들어갔더니, 벌써 은수의 큰 눈망울에선 울다 멈춘 눈물이 뺨을 타고 있었지요. 은수 편도 엄마 편도 들 수 없을 정도로 조금은 시끄러웠던 분위기...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보려고 해도 괜한 시끄러움만 키울까 그냥 티비나 보는 척했지요.

딸

아내의 등 뒤에서 슬쩍 바라본 은수의 표정이 너무 안쓰러워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세 살짜리 딸아이가 저런 표정 지으니 심장이 녹아내릴 것 같았어요.

세살

요즘은 자식에게 회초리도 언성을 높여서도 좋을 게 없다지만, 자식 키우다 보면 옳게 가르치는 것이 
책에 나와 있는 것 만으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론과 서술만으로 인생이 고쳐진다면 얼마나 쉽겠어요? 그저 보챔의 정도에 따라 상응하는 부모의 지혜가 더욱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딸

아빠는 가만히 지켜봤습니다. 모녀의 둘 사이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냉랭한 분위기...

들어가 봤자 큰 것을 잃을 것 같아 작은 것을 포기했지요.

은수

아직 까지 은수의 표정은 껌 씹은 표정이죠?ㅎ

딸아이

뭔가 맘에 들지 않은가 봅니다. 눈빛도 주위의 사물들에 흩어져 있어요.

아이

저 눈빛,,,



무언가 소화를 해낼 수 없을 때의 표정 맞지요?ㄷㄷ

딸

쓴 약이야 삼키면 그만이지만 말이에요.

아이

삭히지 못하는 표정이 세 살짜리 아이의 표정에서도 묻어 나는 수가 있었군요.

아기

아직도 삭히지 못한 표정,,,,ㄷㄷ

세살

평소 좋아했던 요쿠르트를 오늘은 시선 잡는 용도로만 쳐다보고 있어요. 

은수

시간이 지나 은수를 달래주려고 아빠의 장기자랑을 보여주었는데 슬픈 미소인가요?

딸

흐미,,,아픈 만큼 성숙해지겠지요...

은수

맘대로 하지 못하게 해서 이렇게 삐쳤던 저녁..

그렇다고, 삐치고 운다고 해서 오냐 할 엄마아빠가 아니었기에 피할 수 없는 냉전을 치뤘네요.~~

은수에겐 궂은 일도 인생을 배워가는 삶의 현장이므로 거리낌 없이 포스트 했어요.
내일은 늘 뜨던 해가 뜰 테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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