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날 감주(식혜)를 만든다는 아내의 말 한마디에 은수가 신이 난 듯 들뜬 목소리로 갑자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감주 만들어?" 

"응!"
그런 대화가 오고 가는 사이 엿질금 물을 붓고 밥솥 뚜껑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보온 상태로 12시간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거실에서 잘 놀다가도 한번씩 부엌으로 달려가는 은수가 수상해서 한번은 뒤따라가 봤습니다. 

허걱,,,

1년에 한두 번 꺼내서 사용할까 말까 한 구형 밥솥 뚜껑을 혼자서 열었다는... 그리고는 두 번째 손가락으로 감주를 콕 찍어서 맛을 보고 있었습니다. "은수야, 아직 먹으면 안 돼!"  
저 또한 부엌꾼이 아니라서 감주 만드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잘못될까 봐 걱정이 앞서 막 꾸짖었습니다. "앞으로 뚜껑 열면 안 돼, 알았지?"



엿질금 물이 무거워 부어 달라는 아내의 부름을 받았을 때, 언제 먹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보온 상태로 12시간을 
우려야 한답니다. 저나 은수에겐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겠습니다.



평소 어린이집에 다닐 때도 은수를 태우러 가면 늘 "아빠, 식혜 사 줘!" 이러던 은수가 설날을 맞아 제대로 된 
식혜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너무 어려서 단지 속에 살얼음이 낀 감주 맛을 보여줄 수 없지만, 옛 적에 먹어본 차갑다 못해 아린 그 맛을 
빨리 맛 보여주고 싶습니다.






포스트를 작성하기 전에 감주와 식혜에 대해 사전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결과는 이름만 다를 뿐 같은 것이었지요. 저희 지방에선 오래전부터 감주라 불러왔습니다. 식혜는 무채 등을 썰어 넣어 삭혀 먹는 식해와 어감 상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식혜(해) 먹으러 갈까? 라고 하면 감주를 뜻하는지 식해를 뜻하는지 들어서는 알 수가 없지요.

온 가족이 설날이면 달고 찬 맛이 일품인 감주에 매료됩니다. 어떤 명칭이 쓰기 쉽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될지 한번쯤 생각해 보면서 음미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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