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벽지 산골짜기에서의 겨울은 곰이 겨울 잠을 자듯이 아주 조용한 시기입니다. 덕분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아이랑 알콩달콩 쌈박질하며 재미있게 지내고 있지요. 하지만, 어느 하루는 특별한 날이 되었습니다. 아빠가 읍내 나간다고 했더니 웬일인지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거든요.

"얘, 왜 이러니?"  그랬더니 아내 왈, 날씨도 포근하니 모시고 가랍니다.~~

"은수 머리카락이 눈을 찌르게 생겼으니 미장원에 데리고 가서 머리 좀 깎아 줘!~~" 
아내의 그 한마디에 은수가 아빠랑 같이 가야 할 이유를 찾았는지 머리를 꼭 깎아야 한다나요..

미장원

미장원에 도착했습니다.
저 보고 앉으라는 것을 전 "제가 아니라 제 딸이 깎을 겁니다" . 그랬지요.ㄷㄷ
그렇게 대답하니 미장원 원장님께선 잠시 당황하셨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제 딸을 바라보면서 "깎을 수 있겠어요?" 묻더군요. 그래서 전 "우리 은수 지난 번에도 잘 깎았습니다!" 라고 했지요.


이 녀석 얼마 전에 엄마아빠 모르게 가위로 앞머리를 휑하니 잘라버려서 더더욱 슬퍼 보였나 봅니다. 

은수

어린 딸아이가 미장원에서 머리 깎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니 그것도 감회가 있더군요.
기분이 갑자기 업 되고 있어서 이런 말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습니다. "3월에 유치원 입학하는데, 파마를 해주고 싶다고!~"


 
그랬더니 원장님 말씀이 "이 숱으론 파마해서 안 됩니다." 
"일단은 자연스럽게 키우는 게 좋아요."
뭐 그 뜻을 바로 직감했습니다. 아직은 파마할 때가 아니란거죠....ㅠㅠ

머리카락

머리숱이 적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파마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니...
혼자 뒤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에 젖었습니다. 그동안 울 은수 태어나서 짐까지 몇 번이나 미장원에 들락거렸는지 손가락으로 세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한 번, 두 번,,, 두 버~언?

"아, 맞다!~~"

돌 지났을 때쯤인가 누가 머리 깎으면 숱 많아진다고 해서 한 번 깎았었지!~~
그래서 울 은수는 오늘까지 미장원은 총 세 번 출입!~
다섯 살이 되도록 세 번이나 와 봤으니 뭐 나쁜 기록은 아니네요? ㅠㅠ


은수

다 깎았다는 말씀에 "옆머리는 왜 안 잘라 줘요?" 그랬더니,
원장님께선 "이 다음에 단발머리라도 할려면 길러야지요!" 


"헉!~~"

그럼 앞머리 자른 건 은수가 가위로 스스로 자른거랑 똑 같은 모습이고, 뒤통수만?
5천 냥 계산해 주고 밖으로 나오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참! 딸아이인데도 변신이 안된다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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