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준비해야 할 것들 중에 손에 꼽히는 게 감주(식혜)가 아닌가 싶어요. 떡국 다음으로 올리고 싶었지만, 설날을 바로 앞두고 겨우 올리게 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

암튼 설명절을 맞아 네 번째로 준비해 본 감주와 거기에 얽힌 행복한 순간을 살짝 감미하고자 합니다. 
아참, 감주와 식혜는 같은 이름이에요. 하지만, 오늘 포스트에선 일괄적으로 감주로 소개하겠습니다. 귀에 익도록 들어 온 이름이라 더 친숙하기도 하지만, 식혜와 식해는 엄연히 다른데, 어감 상 구분이 쉽지 않아 다른 이름이 있는 감주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 거란 판단에서 입니다.
 

밥

감주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는 엿기름과 설탕 또는 당원만 준비하면 됩니다.

그날 아침 시장에 나갈 때 마눌님께서 재료를 잊지 말고 꼭 사 오라고 했어요. 전 평소대로 "예썰!"하며 나갔지요. 이것저것 볼일을 마치고 마지막 코스로 마트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마눌님께서 뭘 사 오라고 한 것 같은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ㅋ)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 아까 뭐 사 오라고 했지?" 그러자 마눌님은 "잉, 그걸 갑자기 물으면 어떡해?" 

결국 심부름을 시킨 아내나 심부름을 떠 받든 저나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황당한 상황에 부딪혔지요. 그런데 잠시 뒤 참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 옆을 지나가는 어느 부녀의 대화를 듣고 무릎을 탁 쳤지요.
대화의 내용은 딸이 아빠에게 "아빠, 엄마가 설탕 한 봉 사 오래!"
ㅋㅋ
그 순간 아침에 뭐뭐 사 오라고 했던 아내의 말이 확 떠올랐습니다. 울 마눌님도 설탕 사 오라고 한 것 같은데, "왜지?"
설날과 설탕을 합쳐 보니 뭐 단순하네요. 바로 감주 재료였다는 것을..ㅠㅠ

짐까지는 그날 있었던 정말 어처구니 없던 에피소드였어요.ㄷㄷ~~

1. 일반쌀(
맵쌀)로 밥을 하듯이 그대로 따라하면 됩니다. 
취사버튼 누르면 1단계 끝!~~

감주

2.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엿기름을 준비해서 물을 붓고 잘 저어줍니다.

식혜

채에 걸러주고 다시 엿기름을 짜서 물을 붓고 걸러주기를 반복..

감주

은수 이 다음에 시집가면 잘 따라할 것 같지요?^^~

가족

"와! 엄마 최고!~~~"

은수가 저렇게 좋아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 입니다.

그건 잠시 뒤에 알려 드릴게요.~~

식혜

한 손은 카메라를, 다른 한 손은 채를 잡아야 해서 겨우겨우 찍었습니다. 물론 은수의 도움도 있었고요.
 

오늘 따라 은수도 열성적으로 도와주고 있어요.^^~

감주

그렇게 몇 번이고 짜낸 엿기름물을 취사 과정이 끝난 밥솥에 부어주고 보온 단계에서 6시간 다시 데워줍니다. 이때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당원을 첨가해 주기만 하면 끝!~~

식혜

감주는 역시 차가워야 맛있습니다. 냉장고에서 잠을 재운 뒤, 설 전날 저녁에 처음으로 꺼내 먹었드랬죠. 은수만 빼고..^^~~

은수는 시간만 나면 틈틈이 야곰야곰 먹었어요.


딸

여동생이 설 전날 도착해서 저녁 밥상을 물리고 감주를 먹자고 했어요. 



은수가 워낙 감주를 잘 먹어서 사진을 찍어 보겠노라고 카메라를 겨눴더니 뺏기기라도 할까 봐 그릇을 통째로 들고 일어나더군요.ㄷㄷ

은수

옆에서 은수 고모가 "나도 먹어 보자!" 그랬더니, 은수가 아주 신중하게 밥그릇에 묻어 있는 밥 한 톨 겨우 집어서 건네더라는.....

은수

저도 어릴 적에 감주를 좋아했었지만 은수도 거기에 못지 않았습니다. 틀린 것이 있다면 제가 어렸을 적엔 부엌에 딸린 고방이 있었는데, 그 안에 있던 단지가 냉장고 역할을 했지요.

2014년 설이 유별나게 따뜻해서 비교를 하기가 뭣 하지만, 당시 단지 안에 든 감주는 아주 얇은 살얼음 뭉치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주먹 만한 구멍을 내서 감주를 떠 마셨습니다. 지금의 냉장고 안에 들었던 감주와 견줄 수 없는 맛이었어요. 머리의 관자놀이가 얼어 터질 것 같은 미치도록 
차가운 감주맛이었죠.

감주

제 딸 역시 감주를 무척 즐깁니다. 하지만, 냉장고에서 갓 꺼낸 감주를 절대 먹게 하지 않아요. 이 녀석 차가운 감주를 들이키면 기침을 많이 하더라구요.

감주를 만드는데
 그렇게 열성적으로 도와준 이유가 바로 감주맛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1. 저녁노을 2014.01.31 05:05

    ㅎㅎ감주를 좋아하는군요.

    잘 보고갑니다.

    즐겁고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 도랑가재 2014.01.31 07:25 신고

      네,ㅎ
      감주 좋아하는 것까지
      아빠를 쏙 뻬닮아서..^^

      이 시간부턴 많이 바쁘시겠어요?^^
      풍성한 설명절 되세요.^^~~

  2. +요롱이+ 2014.01.31 21:28 신고

    감주를 좋아하는군요^^
    아무쪼록 남은 연휴도 즐거운 시간이시길 바랍니닷!

  3. 은강(垠剛) 2014.02.10 17:53

    :) 어릴땐 저도 어머니가 감주 만드실때마다 찰싹 붙어 있었는데ㅎㅎ정말 오래 걸리더라구요..
    뜨뜻한 감주가 좋다가..차가운 감주 맛을 보고는..살얼음 뜰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또 길었고~

    어머니가 가끔 감주 해줄까?하시는데.. 바쁘신데 뭣하러요~~했었는데...
    이젠 제가 감주 만드는거 배울겸, 한번 졸라야 겠단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 도랑가재 2014.02.10 18:08 신고

      네, 저도 참지 못하고
      뜨뜻한 감주 한 대접 마시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고방의 단지 안에 넣어 둔 감주가
      살얼음 두껍게 형성 되었을 때,
      어머니께선 아껴 먹으라고 하셨는데,
      생쥐마냥
      먹고 또 떠 먹고..

      내년엔 단지 안에 넣어 봐야겠어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