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엔 이번 설로 인해 마흔이 되어버린 노처녀가 한 명 있습니다. 노처녀의 오빠는 어머니와 합동 작전으로 이번 기회에 시집을 보낼 요량으로 맞선 자리를 주선해 놓고 여동생을 꼬시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순순히 그 자리에 나가 보겠노라고 대답을 했어요.

노처녀


설날 오후 4시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남은 한 시간 동안 여동생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남겨 놓았습니다. 
머리를 감고 나온 여동생이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데 정말 못 들어 주겠더군요. 머리가 이렇다니, 화장품은 기본밖에 안 가지고 와서 어떻다는 둥...

제가 보기엔 긴 생머리라서 빗질도 필요 없어 보였는데 말입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여동생을 제 차에 태우고 약속장소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차 안에서도 여동생은 뭔가 1프로 부족하다는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렸어요. 전 그 소리가 왜 그렇게 듣기 싫었든지...



그런데, 그 말을 끊을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혼자서 외형에 불만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재미가 없었는지 이후론 저를 빼꼼이 쳐다보면서 묻기 시작했습니다. "오빠, 내 머리 어때?" "화장품 안 발랐는데, 괜찮아?" 

운전하고 있는데 한눈 팔 수도 없고..계속 거북한 소리를 듣기만 했던 오빠는 이때다 싶어 노처녀에게 일침을 가했습니다. "날 쳐다보지 말고 이야기 해! 오빠 인물 닳거든!~~"ㅋㅋ

그리고, 이때다 싶어 쐐기의 한마디를 덧붙였어요. "동생아, 우린 남매지만 앞으론 눈 마주치지 말고 먼산 쳐다보면서 이야기 하자.  오빠 눈이 오염 될라고 그래!~~"


그랬더니 입이 쏙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효과가 좋아서 그런지 그때부터 제 양쪽 귀가 평온을 찾았다는...

명절 때밖에 만날 수 없는 여동생이에요. 보다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어야 하는데 시집 갈 생각은 않고,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동화책 속에 나오는 악당과 같은 놀이만 하고 있어서 한번쯤은 날개를 꺾어줘야 현실로 돌아올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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