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질문을 곧잘 합니다. 어른 앞에서 말을 꺼내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지난 시절과는 달리 바뀌어도 많이 바뀐 듯해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 앞에서 함부로 행동할 수도 막말을 꺼낼 수도 없습니다 . 아빠(어른)가 하는 행동들을 따지는 건 기본이고, 건성으로 질문에 대답했다가는 더욱 피곤하게 물어오고, 결국 두손두발 다 들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다행히 그런 맹랑한 아이들이란 걸 자식을 키우면서 깨닫고 있기 때문에, 다섯 살 딸아이의 첫 질문에도 
신중을 기하게 되는 버릇이 자동 생기고 말았습니다.

철없는 아이들이라고 질문을 우습게 생각하지 마세요. 궁금한 것이 많은 아이들이라서 되묻기 일쑤인데, 처음에 잘못 대답해 놓으면 두 번째 대답부턴 짜 맞추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거짓말을 생산해내야 합니다. 애초에 반듯하게 대답하는 어른이 됩시다!^^~~

딸


평일 아침이었어요. 기침이 잦아진 은수를 병원에 데리고 가기 위해 미리 자동차 예열을 시켜 놓았다가 온기가 돌 때쯤 거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은수를 차에 태웠지요.

그리고 출발하려는 순간,,,

아차,,,,
지갑을 빠트려 놓고 나왔습니다. 

"은수야, 아빠 지갑 가지고 올께!^^~~" 

후딱 차문을 열고 내리려고 하는데, 


"아빠, 꺼!"

자동차

"뭘 꺼?"

"이거!~~"

"이게 뭔데?"

은수


처음엔 차 안이 더워서 히터를 끄라고 하는 줄 알았어요.


"아빠 금방 들어갔다가 나올 꺼야!"

"조금만 기다려!~"

아이

"아빠, 안 끌 꺼야?~~"

헐,,

인상을 써가면서 까지 말하려고 했던 것은...

딸


은수가 가리킨 곳은 히터의 범위를 넘어섰습니다.



"아빠 이거 꺼!~~~"

"왜?"

"은수 위험해!~~~"


ㄷㄷ

지금은 겨울아침입니다. 아빤 당연히 자동차의 예열은 계속 이루어져야 하는 걸로 생각하고 그냥 내린 건데, 은수는 시동을 켜 놓은 상태로 내린 아빠를 엄청 혼내고 있는 뜻밖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은수

정말 끄라고 한 것이 시동이었는지 재차 물었더니 자동차 열쇠 쪽으로 바짝 다가와 가리키더군요. 

뒷타이어에 벽돌을 받쳐 놓은 상태라 거리낌 없이 내리려고 했던 아빠였는데 시동을 켜 놓은 상태로 내리면 위험해진다며 아빠를 혼쭐 내고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닥친 상황을 어찌 대처할꼬 잠시 머뭇하다가,,, 
공손하게 딸아이의 지시대로 시동을 끄면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언젠 가는 은수도 운전해야 할 나이가 올 것이고 그땐 지금의 은수처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데 뒤틀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좋은 방편일 거란 판단도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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