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 딸을 키워오면서 잊지 못할 재미난 이야기들을 담아 보니 그 옛날 바닷물이 몇 접시인지 맞추어 보라고 했던 사또보다 더 황당할 정도로 많은 접시가 필요하단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야기 또한 접시가 모자라도 버릴 수 없는 이야기라서 소중하게 담아봅니다.

자식과 연을 맺고 키워보면 어느 한순간이라도 복스럽고 귀티나고 천사같고 예쁘지 않을 때가 없습니다. 기분 좋아 웃을 땐 모든 시름을 잊게 하고 아파서 울 땐 세상의 종말이 닥친 것 같은 것이 바로 자식인데요, 부모 자식간에도 신이 아닌 사람의 관계다 보니 가끔은 서로의 약점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어린 자식, 심지어 세 살 된 아이라고 해도 응석을 받아주는 그 빈틈을 정확히 간파해서 파고드는데, 안 되는 것은 애초부터 안 된다고 해야 서로에게 좋습니다. 그래서 자식은 안으로 사랑하고 겉으로 내색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요.

오늘은 어린 자식이 부모나 조부모께 응석을 부리는 내용이 아닌, 제가 어린 자식의 약점을 이용해 꼼짝 못하게 하는 재미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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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 딸 은수는 다섯 살입니다.-
(웃고 있는 사진 속의 아이가 오늘의 주인공이에요.)


어느 정도 철이 들고 있는지 이제는 엄마아빠한테 업어 달라고 하거나 떼 쓰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 지도 인간인지라 못 마땅할 땐 하늘이 무너져라 서럽게 통곡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땐 아빠가 은수의 약점을 이용해 울음을 뚝 그치게 만드는데요..

옛날에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 같은 재미난 이야기들을 듣고 자랐는데, 뭐 그런 내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해요.


은수가 제일 무서워하는 하는 말?

그것은 바로,, 



"경찰""호랑이"란 두 명사입니다.

은수가 가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울 땐, "은수야, 눈물 뚜욱!~~"

"눈물 뚝 안 그치면 경찰아저씨가 잡으러 온다!~~" 

이렇게 말하면 자다가도 울음을 뚝 그칩니다.
그럼 왜 경찰아저씨를 그렇게 무서워하게 되었을까요?


은수가 유난히 눈물이 많은 데요, 어린이집에 다닐 때였어요. 경찰차나 소방차가 지나 가면 무슨 차냐고 묻곤 했는데, 소방차는 불을 끈다고 설명했고 
경찰차 보고는 은수처럼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고 하거나 우는 아이를 잡아간다고 설명했지요.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고 울음을 터트렸던 은수를 달래려고 했던 말이 본의 아니게 경찰 아저씨를 무서운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한번 뇌리에 자릴 잡으면 좀처럼 유동을 하지 않습니다. 아마 당분간은 무서운 아저씨로 인식하고 성장하겠지요.


두 번째!

가끔 신이 나서 소리 지르고 방방 뛰놀 땐 먼저 조용하게 놀라고 타이릅니다. 그래도 말 안 듣고 구들장이 꺼져라 계속해서 엄마아빠의 혼을 빼놓는다 싶을 땐 또 특효약을 써먹습니다. 

"너 조용하게 안 놀면 뒷산에 있는 호랑이한테 시집 보낸다?" 

그러면 은수는 바로 쓰러집니다.

이번엔 경찰아저씨도 아닌 호랑이를 왜 그렇게 무서워 할까요?

호랑이는 무섭게 설명한 적이 없습니다. 세 살 무렵 겨우 "어흥"하며 흉내 내고 놀았던 기억 밖에 없는데도 자연 무서워 하더군요. 산을 지나가다가 산에는 뭐가 있는지 물었을 때, 고라니, 토끼, 오소리, 너구리 등이 있다고 했더니 누구한테 들었는지 호랑이는 있냐고 물어오더군요. 그때 호랑이도 있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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