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목부터 좀 거창하게 보이는군요. 하지만, 미리 말씀드리지만 어디까지나 한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실망할 수도 있는 내용일 수 있어요. 먼저 양해 구하고 이야기를 시작해봅니다.

3년전 예천(군) 읍내에서 살 수 없는 물건들은 영주(시)로 이동하여 시장을 봐왔습니다. 농자재의 구매 여건이 읍과 시는 차이가 있었거든요. 그때 당시 집에 오는 길엔 대형마트에 들러 장바구니 가득 먹을 것을 챙겨오곤 했어요. 그 대형마트 한쪽 구석엔 지금이나 그때나 늘 꽃집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꽃집에 전시된 수많은 화초들과 화목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제 눈에 특히 들어 온 것이 바로 아래 사진의 행운목이었어요. 

행운목

예전에 행운목 괴목(괴물처럼 무식하게 생겼다고 표현해야 할까요?^^)을 선물로 받아 키우다가, 기와집을 헐고 그 자리에 슬라브집으로 개축하면서 이웃의 빈집에서 신세를 질 때, 구들장에서 새어 나오는 연기를 피하게 해주려다가 그만 꽃샘추위에 얼려 죽게 만들었던 뼈아픈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이 녀석이 탐이 났습니다. 그때보다 굵기에서 비할 바가 안될 정도로 가냘픈 녀석이지만, 왠지 이 녀석만 보면 그 괴목이 생각났어요. 참나무 장작(지름 15센치 이상의 말 그대로 괴물처럼 울퉁불통하게 생긴..)만큼 굵은 대궁에 옥수수 잎만큼 컸던 그 녀석이 눈에 아른거려서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오랜만에 영주에 볼일이 있어 다녀오는 길에 운명처럼, 또 그 대형마트에 들릴 일이 있었습니다. 그건 집안에 계시는 마누님의 폭풍 같은 전화였지요.
"여보, 퐁퐁 떨어졌어!~~"ㅋ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전화를 받았을 때, 그 곳을 지나치기 전이었거든요.ㅎ
만약 조금이라도 지나 쳤더라면, 저는 늘 그랬듯 저만치 가고 있어서 늦었노라고 대답했겠지요.ㅋ(아,, 이 내용은 딸이 20년 뒤에 봐야 하는 내용인데..ㄷㄷ)

결국 마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마트 안으로 들어서니 제 발걸음은 자동 화초가 있는 곳으로 움직이더군요.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낯익은 녀석이 아직까지 그 위치 그 화분에서 숨을 쉬고 있었어요. 




또 옛날의 괴목이 생각나서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사장님, 저 행운목 3년 전에도 봤는데, 아직 저 자리에 그대로 있네요?" 
사장님께선 웃으셨지요.
"얼마에요?"
"00,000원이에요."(가격은 밝히고 싶지 않아서..^^)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대신 작은 행운목이 아직 화분에 심기지 않은 것이 있어서 구매했지요. 뒤돌아서 나오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3년 전부터 탐을 내던 녀석인데, 정작 저 녀석은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오늘 저랑 또 재회를 한 것이지요.

행운목


"사장님,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한데, 화분 빼고 저 행운목만 사면 안될까요?"

"네?"


"화분이 꽤 비싸게 보여서 행운목만 따로 사고 싶거든요.~"

다행히 화를 내시지 않고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한쪽으로 가셔서 어디론가 전화를 거셨어요.. 아마 남편 되시는 분 같았어요. 통화가 끝나자 저에게 와서 하시는 말씀이,,,
"화분 값이 3만 원인데, 그건 빼드릴게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랜지기를 만난 것처럼 기분이 들떴지요. 이 녀석 나에게 오려고 3년을 기다려주었구나? 싶었던 운명처럼 느꼈던 하루였어요.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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