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생활을 하게 되면 정월 대보름날과 이월 초하룻날이 얼마나 큰 명절인지 몸소 체험하게 됩니다. 저같이 젊은 놈이야 음력설을 넘기면 추석이 그 다음 명절이 되겠지만, 오래토록 흙을 일구며 살아오신 우리네 부모님들은 음력설보다 정월 보름과 이월 초하룻날에, 즐기실 일이 더 많고 웃으실 일이 더 많으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음력 설날엔 자식을 보는 기쁨으로 설레었다면, 정월 보름과 이월 초하룻날엔 한 지역에 사시는 부모님 연세
의 어르신들을 위한 잔칫날입니다. 윷놀이 대회와 노래 경연 잔치만 봐도 모두 그분들만의 리그거든요.


하지만, 전...
아랑곳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
윷놀이도 좋아하지 않고 노래 경연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노래 실력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죠.
그렇다면?
바로 이날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경품권을 나누어 주었는데, 바지 주머니 속에 든 추첨권을 만지작거리면서 꾸깃꾸깃 구겨진 경품권의 촉감에 행복해 했거든요.^^~

아주머니

이런 날이 아니면 이런 분도 뵙기 힘들었어요. 제 큰누님의 초등학교 단짝분인데 한 지역에 살아도 만나 뵙기 힘들었습니다. 아기(손주)를 업은 모습이 저희집 풍경이랑 비슷해서 더욱 반가웠어요.^^~


경품권

윷 던지고 노래 부를 땐 따로 분주하다가 경품 추첨이 있을 때마다 초집중으로 모여 들었어요.  저만 탐욕에 눈 멀고 있었는줄 알았는데, 사람의 마음은 모두가 한마음인가 봐요?^^

경품

도대체 어떤 경품들이 있는가 슬그머니 들여다봤어요.
와!~~
이 중에 분명 한 게는 내 것일꺼여!~~~^^~


은수

우리 딸 그중에서도 세탁기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섰습니다.^^~


자전거

이 친구는 자전거가 제일 맘에 든다며 경품이 끝날 때까지 잔디밭에서 일어나지 않았어요.


할머니

경품으로 나온 물건 중에 작은 박스의 것을 은수가 들고 나오려고 했어요.



아빠의 제재를 받은 후 오열을 합니다.


손녀

난 죽어도 가져가야 한단 말이야!~~ㅠㅠ


미소

자전거가 경품에 걸려 행복해 하시는 다문화가족 아주머니의 모습을 담아봤어요. 이때 까지만 해도 저는 실쭉 쪼갠 미소를 지었습니다. 갈수록 확률은 떨어지겠지만, 대신 진땡이 경품이 남아있는 진정한 경품의 대열에 제 이름 석자가 남아 있었거든요.

하지만, 마지막 남은 세탁기마저 저 먼 곳으로 이사를 가버린 순간, 급돌핀이 안돌핀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휴지 두루마기라도 탔어야 하는 아쉬움이, 돌아가는 발걸음을 짓누르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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