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이면 그림 그리기에 한창 재미를 붙일 때죠. 제 딸 역시 스케치북이 남아 도지 않을 정도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작은 동그라미 하나 달랑 그려 놓고서 아빠한테 쫓아왔습니다.

스케치북

"아빠, (동그라미를 가리키며) 이게 뭐~게?"

"몰라.."

"밥이야!~~"

"ㅋㅋ"

"숟가락 그려줘!~"

주문 받은 숟가락을 능력껏 그려주었더니 숟가락이냐고 재차 묻더군요.ㄷ~


"이번엔 포크 그려줘!~"

능력 플러스 정성을 기울여 포크를 그려주었더니 이때야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야!~ 포크 예쁘다!~"

그러더니 신이 났는지 밝은 표정으로 그림 삼매경에 빠진 딸...

딸

숟가락과 포크 한 개 급조하듯 그려주었는데도 딸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어요.



시간이 좀 지나 그림을 완성한 딸은 아빠한테 바로 공개해주었습니다.~


그림

동그라미와 직선 위주로 그리던 우리 딸 그림만 봐오다가 사람을 생생하게 표현한 그림을 보니까 기쁨이 발끝에서 머리까지 솟아 오르기 시작했어요.~

"우리 딸 대견해!~~"

마음속으로 막 이러고 있는데 어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모든 것이 조화롭게 보였던 그림 한 장에서 아빠가 손수 그린 숟가락과 포크가 은수가 그린 그림과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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