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일)은 예천 읍내 5일장이 서는 날이었어요. 2일과 7일, 12일과 17일 이런 식으로 5일장이 섭니다. 저는 장날이라서 가려고 했던 건 아니고,특별히 다른 볼일이 있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분주하게 옷을 챙겨 입었어요. 근데, 꿈나라에 있던 은수가 어떻게 알았는지 잽싸게 일어나더니 아빠 있는 곳으로 쫓아 왔어요.
"아빠, 나 사탕 두 개랑 파인애플 한 개 사줘!~"
"파인애플은 음료수로 된 거?"
"아니, 그거 말고....과일 말이야, 과일!~"
ㅋㅋ
웃음으로 약속을 대신하고 차에 올라 탔습니다.
읍내에선 여러 볼일을 다 본 후에 마트에 들렀어요. 낱개로 된 눈깔사탕을 두 개 집으려고 할 때, 때마침 제 핸드폰에서 벨이 울렸습니다. 발신은 집!~~
집사람이 시장 바구니에 행여 빠뜨리는 품목이 있을까 봐 체크해주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 줄 알았는데,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우렁찬 딸아이의 목소리였어요.
"아빠, 사탕 한 개만 사와!~ 대신 파인애플 꼭 사와야 돼, 알았지?"
딸아이가 이렇게 신신당부를 하는데 어찌 사가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과일 코너에 가니까 생각했던 것 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얼른 시장 바구니에 담고 마트를 나왔습니다.
장날이라서 도로가 붐볐어요. 천천히 길을 따라 이동하는데, 때깔이 무지무지 예쁜 홍게가 제 눈에 확 들어오더랍니다. 우리 딸, 게 무지무지 좋아하는데 밑져야 본전이다 라는 생각으로 가격이나 물어보고 집에 가야겠다싶었습니다.
"아저씨, 홍게 어떻게 해요?"
"네 마리 만 원이요!~"
어랏, 요로코롬 싱싱하고 큰 녀석들이 네 마리 만 원이라...
좋아할 우리 딸 표정을 상상하면서 봉지에 담아 달라고 했습니다.~
제 예쁜 세끼들 보세요.
시장을 봐온 물건들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매달리더군요.
전 은수와의 약속을 철저하게 잘 지킨 하루였습니다. 눈깔사탕 한 개와 파인애플을 사 갖고 왔으니까요. 이때까지만 해도 은수는 홍게를 발견하지 못했답니다.~
"은수야, 여기 큰 봉지도 한번 풀어봐!~~"
그제서야 은수의 눈이 동그래지더군요.^^~
게는 말이 필요 없지요. 은수도 그랬어요.
그래서 홍게는 잠시 쉴 틈도 없이 바로 냄비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내륙의 한복판에 위치해서 이 정도의 싱싱한 홍게를 건진다는 건 행운입니다.
16개월 쭌이도...
은수도 아주 끝장을 내고 있었습니다.
울 마눌님은 두 아이한테 잘라 대느라 정말정말 바빴어요.
거의 먹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은수야, 몸통도 먹어 봐, 정말 맛있다!~"
그랬더니, 은수 왈!~
"시러!~"
ㅋㅋ
이상하게도 16개월 둘째 녀석도 똑같더랍니다.
그렇게 만 원 주고 산 홍게 네 마리는 식탁에 올려지자 마자 화려하게 마감됐어요.
대게나 홍게는 매우 비싼 축에 들어서 저 같은 서민이 달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님을 잘 압니다. 그런데, 오늘 마주친 홍게 네 마리가 단돈 만 원에 제 시장 바구니에 담겼어요. 덕분에 이 세상의 먹구름도 단박에 날려버릴 수 있는 강력한 두 아이의 해맑은 미소를 훔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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