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쭌이가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하는 무렵부터 온 집안이 난장판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든지 다 열어봐야 하고 꺼내봐야 적성이 풀리는 16개월차 아들이에요. 그 중에서도 저희 집에서 유독 피해를 봤던 것이 바로 일반 전화기를 비롯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사용했던 070 전화기였어요.

텔레비전 옆에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던 일반 전화기와 070 전화기는 고사리손에 온 몸이 늘어지고 깨지는 수모를 맛보다가 결국 일반 전화기는 제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훗날 새로 사야 했던 일반 전화기는 그래서 벽을 타고 올라가야 했어요. 일명 벽걸이 전화기라고 예전엔 그렇게 흔하게 봤던 것 같은데, 정작 제가 구입하려고 했던 얼마 전에는 희귀품처럼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전화기

저희 집의 소식통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가 영화 <링>의 특수효과음처럼 찢어지게 들리는 바람에 지금은 쭌이의 장난감 신세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은수

아빠가 블로그 포스트에 사진 배열을 잘못해 놓은 바람에 언뜻 은수도 한몫 한 것처럼 보이는군요.하지만, 사진 속의 은수는 동생과 놀아주다가 찍힌 것 뿐이에요.


아들

전화선이 벽에 온전히 꽂혀있었을 때, 늘 이렇게 잡아당겼다고 보시면 될 듯..

국제전화


이건 아내의 베트남 국제전화를 위해 입양했던 070 전화기입니다.
다행히 액정만 깨지고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하자가 없더군요.


벽걸이 전화기

그래서 일반 전화기를 벽걸이로 구입해서 쭌이 손이 닿지 않을 만큼의 높이에 딱 붙여 놨습니다. 텔레비전 뒤로 늘어져 있는 수화기 선을 또 잡아당긴다면 그건 뭐 그때 가서 생각해볼 거예요.

벽걸이 전화기

요즘엔 벽걸이 전화기를 찾는 사람이 드물어서 그런지 제품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하네요. 아무튼 아기들 있는 가정에서는 걱정 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인 것 같아요.

아들

지금까지 화려했던 쭌이의 과거 업적(?)을 보셨다면 바로 위 사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침에 잠에서 갓 깬 쭌이가 거실로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행동이 충전 중인 엄마의 핸드폰을 낚아 채는 것이었어요.


은수

고물이 된 전화기를 갖고 동생이랑 놀아주었던 은수가 그림을 그린다며 어느새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동생의 변기통을 책상으로 사용하고 있네요.



딸이라서 그런지 책상 옆에 정체불명 노란 바구니에 소품을 사용해 예쁘게 꾸며 놓기까지...


딸

헉,,
이불과 베개로 뱅 둘러 자기만의 공부방을 만들었던 은수가 그림 그리기에 앞서 아빠를 깜짝 놀래키고 말았습니다. 연필을 잡을 줄 알았는데 저런 소품으로 전화를 받고 있었어요.


은수

정말 미챠...


은수

옆에서 지켜보고 계셨던 할머니도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답니다.

"할머니, 왜?"

딸

답변을 떠나 관심을 가져 주었다는 이유 만으로도 이렇게 좋아합니다. 


스케치북

오늘은 웬일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 한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가나다라 아직 읽을 줄도 모르는 은수인데, 글자는 이상하게도 정상적으로 보이더라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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