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을 들고 나오면서 그림을 그리겠노라고, 글자를 쓰겠노라고 아빠한테 안 해도 될 보고까지 친절하게 마친 여섯 살 딸아이.
그 속에는 다분히 옆에서 지켜봐 달라는 깊은 뜻이 숨어있습니다.
여차저차 하다가 한번 살펴봤더니 은수의 손에 연필이나 색연필이 아닌 볼펜이 쥐어져 있었어요.
"은수야, 연필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
그렇게 물었더니, "연필 깎는 게 얼마나 귀찮은데?"
헐.. 여섯 살에 벌써 그런 당찬 말이 나옵니다.
연필을 사용하면 글씨가 예뻐지고 볼펜을 사용하면 이 다음에 글씨가 못생길 거라고 했더니, "그럼 연필 가지고 와!~"
그런데, 개똥도 약에 쓰려고 하면 안 보인다더니 연필이라곤 달랑 몽당연필 한 자루밖에 안보였어요. 일단 급한 대로 이거라도 쓰라고 건네주었더니 먹도 안 나오는 거 주면 어떡하냐고....
심부름 값은 고사하고 괜히 핀잔을 듣게 된 아빠..
그렇게 핀잔을 주면서도 몽당연필을 손에 꼭 쥐고 아빠 뜻대로 잘 따라주는 은수였습니다. 또한, 안 그래도 작은 손에 겨우 잡힌 몽당연필을 바라보니 아빠는 색 바래진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어나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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