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골..
웬만해선 낯선 사람 구경하기 참 힘든 곳입니다. 그냥 논과 밭이 친숙하고 그게 사람처럼 느껴져 꼬옥 만나러 가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이런 시골에도 정적이 깨질 때가 있는데 바로 오늘처럼 명절이 시작되는 시기랍니다. 도시의 삶도 엿들어볼 수 있고 내 피가 흐르고 있는 형제,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뜻 깊은 기간이지요.

마을

논과 밭과 대화를 더 많이 했던 저에게 오히려 어린아이들보다 더 이런 날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려왔던 것일까요, 어디쯤 오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난 뒤부터 이제나저제나 문 밖만 내다보고 있습니다.

고향

오늘 제게 일상 탈출을 도와줄 주인공이에요.  

친정

여긴 조연.. 아니,엑스트라...

가족

설 전날 시누이와 올케가 가볍게 맥주 한 잔씩 하고 있었어요.
은수는 고모가 눕기만 해도 막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안 놀아주고 잔다고...


여기까지 설 전날 고향을 찾은 저희집 풍경이었고요, 본격적으로 낚싯밥을 써먹을 상대도 찜했습니다. 낚시터 가서 떡밥이 없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듯이 저에겐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낚싯밥이 마련되었으니 슬슬 시작해봐야겠습니다.


7남매 중에 유일하게 혼사를 치르지 않은 마흔 넘은 내 유일한 여동생..

"우쨘다냐?"

"뭘 어째, 혼자 살면 되지!"

"내가 중신애비 역할 해줄까?"

"응!~"

이게 뭐지, 내가 오히려 당하는 기분이랄까..
1라운드는 제가 지고 물러났습니다. 잠시 뒤 2라운드 시작..

"막내야,설 쇠고 오빠랑 신수보러 가볼까?"

"응, 어디로?"

와, 간 만에 동생 놀려 먹고 크게 한번 웃어보자고 했는데, 이렇게 재미가 없을 줄은 미처 몰랐네요. 이 조그만 산골에서 나름 도를 닦고 기다렸는데, 동생은 서울 북한산 무슨 기슭에서 도를 닦고 내려온 듯..

동생이랑 소주 한 잔 하다가 제가 먼저 일어났습니다. 낚을 것도 없고 낚일 것도 없었으니까요. 그런 걸로 동생 놀려 먹으려고 했던 못난 오빠지만, 농담 속에 진담 있다고 안타까움은 또 한 겹이 더 쌓이게 생겼습니다. 쓴 소주보다 여운이 길어지는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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