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설명절입니다. 즐거워 마다하지 않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성인이 되고 나니, 스트레스와 하소연 글들이 인터넷에서 쏟아지고 있고 올핸 저희 집이라고 비켜가지 않았습니다.
 
"어휴, 설거지 어떡해?~"

설명절이 3일나 남았는데 벌써 이런 소리를 아내로부터 들었거든요. 
인터넷 글로만 접해보다가 막상 바로 옆 조수석에 앉아있던 아내한테서 듣게 되니 참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러게 간단하게 넘어가자고 했자나!"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예전부터 제사나 명절 차례 준비할 때는 늘 아내와 다투어왔어요. 돼지고기와 쇠고기 몇 근씩, 절반도 먹지 못할 떡을 준비하는 아내, 제발 간단하게 차리고 정성만 듬뿍 담자고 했던 남편 말은 묵살하기 일쑤... 그렇게 어머니와 아내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내가 아닌 며느리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이해하기 때문에 고부간에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곧 평화의 길임을 깨닫고 조용히 있지만, 이런 제사 문화를 바꾸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아요.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과 저희집 가정에 있는 제사까지 포함하면 1년에 차례상과 제사상을 올려야 하는 건 모두 합쳐 네 번. 

그러나,,

부엌

잠시 자리를 비우면 이런 모습입니다. 이건 1년에 네 번이 아니라 하루에 네 번입니다.

딸

"너 딱 걸렸다!~"
현장 포착..

그렇다고 아빠는 제재를 하지 않습니다. 저희 집 육아는 선 놀이 후 청소입니다.

둘째

"와,, 오늘 대박이다." 


두 녀석 다 현장을 잡았어요.


아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이들이 아무리 어지럽혀도 위험하지 않는 이상, 놀이하는 것을 막지 않아요.


쭌

"흠,,그랬었군!"

동요 틀어 달라고 해서 켜 주었다가 귀청 떨어질 뻔 했던 이유가..


아들

"지금까지 사고 친 거 눈감아 줄 테니, 의자에서 조용히 내려와 주시면 안될까요?"


제 아내는 괜찮을 줄 알았던 명절 증후군을 이번에 한숨 소리에 섞여 나오는 것으로 알게 되었어요.세상 모든 며느리들이 겪는 공통 증후군임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내를 명절증후군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은 위에서도 언급 했듯, 제사 음식이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단출하게 차리는 것과 정성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입장은 변함이 없어요. 다만, 현재는 반발이 커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기로 했어요.

육아는 1년 365일 매일 일어나는 증후군이라면 증후군입니다. 아이들 웃는 모습에, 몸짓 하나하나에 행복에 겨워 알아채지 못한 것 뿐이지요.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보면 명절보다 힘든 육아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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