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 예보가 있었고 정확히 오후 2시부터 가는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묶어 놓았던 짚이 바싹 마를 때까지 논에 그대로 두고 있었는데,이번 비에 살짝 젖는다 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겠다 싶어 현재 진행 중에 있던 퇴비와  토양 계량제를 계속해서 살포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문득 주간 날씨가 궁금해서 들어가 봤더니 목요일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해서 금요일은 하루 종일 비 예보가 또 걸려있었습니다. 

허거덕,,

4월 초에 비가 제법 걸렸으니 몸이 달 수 밖에 없었어요. 농촌에서 4월은 온갖 밭을 쫓아다니며 밭 장만은 물론이고 골 짓고 비닐까지 씌워야 하는 그야말로 고된 작업들이 수두룩하게 쌓인 달이거든요. 

박무

비 내리는 모습이 보일 듯 말 듯했어요. 그러나, 한두 시간 지나고 나선 촉촉한 안개비가 앞산도 가릴 정도였습니다.


경운기

그러니 아침 일찍부터 몸이 달 수 밖에요. 여덟 마지기 논에 누워있는 짚단을 비가 내리기 전까지 어떻게 해서든 끝내야 했고 끝내고 싶었어요.


비 오기 전까지 마칠 수 없다면 이삼일 후에 해도 될 것 같지만, 이삼일 후에는 더 긴 시간에 걸쳐 또 비가 걸려있었거든요. 경운기가 잠시도 멈출 새 없이 가쁜 숨만 몰아쉬며 달려야 했습니다.


경운기

아직도 농촌엔 떼가리 논이 많아 경운기 없이는 농사가 쉽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제 논 역시 그런 곳이 많아요.그런 곳에선 예나 지금이나 농사짓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경운기입니다.


짚단

여덟 마지기 논에 있던 짚단을 모두 옮긴 후, 이렇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직도 두 마지기 짚이 바람의 영향 탓에 누워져 있거나 온건히 서 있습니다. 두 마지기라고 해봤자, 여기 논은 400평입니다. 참고로 논은 지역마다 마지기 평수가 다르답니다. 

봄비에 이렇게 다급하게 일해보기도 처음이에요. 짚은 사용하고자 하는 용도에 따라 손이 많이 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인데, 무엇보다 지난 가을에 이 지방에는 비가 내리고 곧 얼어버린 탓도 크기 때문이었죠.

이렇듯 농삿일도 뒤로 밀리기 시작하면 감당이 쉽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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