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농삿일이 태산처럼 쌓여가니 블로그에 글 올리는 것도 이만저만한 정신력으론 버티기 힘들어짐을 느낍니다. 그래도 올해 만큼은 최선을 다해볼까 해요.

여긴 누구라도 와서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저만의 공간이기도 해서, 천금 같은 눈꺼풀을 뒤로 잠시 미루는 수고만 있다면 저에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참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드는 곳인 것 같아요.

오늘도 지친 몸 이끌고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왔어요. 별 달리 찍어 놓은 사진이 없어서 지난 번에 쓰다 말았던 이야기나 완성하고자 임시 저장소에서 잠을 자고 있던 미완의 글을 다시 꺼내어 들었습니다.

내성천

겨울 잠을 잤던 농기계를 꺼내 놓고 보니 가끔 말썽을 피울 때가 있습니다.흑..
관리도 아닌 방치만 했던 주인의 잘못이 더 크겠지요. 그러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출장이 빈번해지는 시기이기도 해요. 

오늘도 밭은 춤을 추며 주인을 기다리는데 주인은 춤을 추며 수리점으로 내달려야 했어요.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 따라 정말 돌아가라 그랬는지 평소와 달리 유난히 제 눈을 통해 마음을 흠뻑 적셔오는 곳이 있었어요. 가던 발길까지 멈추게 만들더군요.


냇물

바로 내성천 물줄기였습니다. 갈길 바쁜 제가 다리를 건너다 말고 시선을 빼앗긴 곳은 물속에 잠겨있는 수많은 모래알갱이들이었어요.

모래가 있어서 물이 투명한지, 물이 있어서 물속 모래의 지도가 훤히 보이는지는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잔잔한 물결 속의 모래 알갱이들이 너무 예쁘게 보였습니다.

내성천

물 밖의 은빛 모래사장도 작은 사막이 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사막을 감상하게 해주었어요.
어릴 적 이런 내성천을 따라 학교를 다니곤 했는데,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한 길가의 키 큰 미루나무가 여기엔 남아 있군요.

가만 보면 내성천 굽어지는 곳 마다 모래사장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 내성천이 시작해서 끝나는 곳까지 모든 곳을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태양에 달궈진 모래사장을 음지로 만드는 큰 산이 안보입니다. 그런 큰 산은 저 멀리 비켜서 있어요. 낮은 야산만이 사람이 다니는 길을 경계로 이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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