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모든 작물은 밭으로 가야 할 때가 있는데 그게 지금부터라는 거지요. 수십 마지기 밭을 일사천리로 장만해야 하는데 눈치 없는 봄비가 이틀 동안 참 차분하게도 내려주었어요. 그 덕분에 밤잠을 이틀이나 설치게 되었습니다.

농촌에서의 삶은 들녘이 곧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지붕 없는 곳의 삶이에요. 그게 가끔은 농민을 속 쓰리게도 합니다. 건물이 싫어 탈출한 삶에서 지붕이 없어 탓하는 꼴이라니..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나 내려준 봄비가 고맙다 말고 얄미워졌어요.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사진 놀이나 해봤습니다.

복숭아꽃

개복숭아 나무는 집 앞에 두지 말라고 했는데,저 개복숭아 나무 때문에 아직 까지는 해 되는 일이 없군요. 까칠복숭아라고 불리는 토종 복숭아 나무입니다. 

요즘엔 열매가 맺혀도 거들떠 보는 사람이 없어요. 가끔 도시에서 찾아와 설탕에 절인다며 따가긴 합니다. 하지만,전 그 작고 까칠한 복숭아 열매보다는 이 복숭아 꽃을 즐기는 것이 훨씬 더 즐겁습니다. 과실나무 꽃 중에서 얘보다 예쁜 꽃도 없습니다.


벚꽃

야산에 듬성듬성 핀 벚나무 꽃입니다. 도롯가에 심긴 벚나무는 벌써 다 지고 파릇한 잎을 내뿜는데, 한 지역에 살아도 이렇게 늦게 꽃을 피우네요.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야산에 띄엄띄엄 홀로 자라서 핀 벚꽃이야말로 진짜 벚꽃 같아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망원렌즈가 없어서 가까이 당겨오지는 못했지만,,,

또,야산에 핀 벚꽃나무 앞까지 다가갈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수백,수천 그루의 벚나무 가로수 길보다 왜 아름답게 보일까요?

야생 벚나무 꽃의 색깔은 오래 지속될 뿐더러 색깔도 더 하얗고 밝습니다.그리고, 어떤 나무는 연분홍색 꽃도 있어요. 그 두 그루가 한 야산에서 피었다면..

상상해보세요.


봄비

이럴 줄 알았으면 비 오는 날에 하우스 안에서 할 일을 남겨 놓았을 텐데요.

그게 또 바보 짓이란 걸 압니다.

멀리 보기 위해 높은 곳에 오른다고 해도 가끔은 안개에 휩싸여 오히려 더 곤란해질 수도 있거든요. 비가 내리는 양에 따라 틀리겠지만, 이렇게 조용히 내린 비가 이틀이면,제가 일 치려고 계획했던 일은 4일쯤 늦어질 겁니다. 그래서 조금 못마땅하게 생각했어요.

그 까짓 것 촉촉한 세상 누빈 맛으로 보상이나 받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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