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달리 일이 일찍 끝이 나서 정오가 되기 전에 집에 왔습니다. 비가 내려 촉촉한 세상 속에서 편안한 휴식시간도 가져보았어요. 둘 모녀는 하우스에 물을 준다며 함께 올라갔고 장인어른과 저는 삽이며 낫자루가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어 잠시 연장을 정리했어요. 제때 치우지 않으면 나중엔 찾는 것이 스트레스가 됩니다.

마당이 한결 시원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물 주러 올라간 둘 모녀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베트남 모녀

하우스 쪽을 올려다보니 베트남 모자를 눌러 쓴 둘 모녀가 보였어요. 거긴 나이 깨나 먹은 음나무가 외롭게 서있는 곳이었어요.

음나무순

무얼 하고 있나 자세히 봤더니 음나무 순을 따고 있었습니다. 


모녀

음나무 잎도 따고 있었고요. 저는 예전에 삼계탕이 먹고 싶을 때 가끔 가지 한두 개 잘라서 인삼 대용으로 사용해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잎까지 아낌없이 따는 건 처음 봤어요.

음나무

음나무를 만질 땐 늘 조심한다고 하지만, 꼭 한두 번은 그 가시를 피해가지 못하고 찔리고 맙니다.

그림

가시에 한번 찔리고 나면 음나무 다시는 만지기 싫어져요.


음나무

가시가 정말 날카롭고 딱딱합니다. 


음나무잎

그런 음나무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감수해서라도 아내와 장모님은 잎과 순을 푸짐하게 장만하고 있었어요.

두릅

주위에 있던 앳된 두릅까지 푸짐하게 따 놓았습니다. 그런데, 음나무 주위에 두릅나무가 있다는 건 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네요.

아무튼 음나무잎과 음나무 순 그리고 두릅까지 집으로 모셔와 점심식사 시간에 참 요긴하게 잘 먹었습니다. 상에 둘러 앉아 점심을 함께 먹을 때였어요.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답니다.

"여보,베트남에도 두릅나무와 음나무가 있어?"

"아니,왜?"

"응, 장인장모님께서 꼭 베트남 토종음식 드시는 것 같아서.."

옆에서 지켜본 사위의 느낌엔 베트남 토종음식처럼 보였답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그런지 봄에 나는 나물이 참 맛있는 것 같습니다. 비단 우리나라 사람만 좋아하는 것이 아닌 것임을 알았어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