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을 돌아보면 이곳 예천의 농촌 마을에는 다문화가정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저희 마을도 예외는 아니지만..

베트남모자


그 중에서도 특히 베트남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요. 하루는 마을 구멍가게에서 베트남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는데요, 서로가 농사를 짓고 있어서 주고받는 인삿말이라고는 농사가 잘 되었느냐 하는 식이죠.

때마침 그때는 힘들게 지은 수박밭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을 시기라서 상인들과 옥신각신 할 때였습니다. 제가 먼저 안부차 말을 건넸어요. "수박 파셨어요?"

"아니요,아직.."


"저희는 어제 팔았어요. 괜히 오래 끌다가는 지난해 꼴 날 것 같아서요."

올핸 분명 수박 공급량이 적어서 늦게 팔면 유리할 것 같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메르스>였지요. 그리고, 그 여파가 당시엔 현재 진행형에 있었기 때문에 수박 시세를 좀체 가늠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메르스> 여파는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고 매일 드나들던 수박 상인들도 뜸해지기 시작했답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건이 떠올랐어요. 잘나가던 수박값이 세월호 침몰 이후 하루아침에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고 한해가 다 가도록 수박 시세는 회복되지 않았지요. 늦게 까지 수박을 팔지 않은 분들은 거래조차 할 수 없어서 멀쩡한 수박을 주워내거나 밭고랑에 버려야 했습니다. 


먼저 판 것이 미안한 마음에 한마디 덧붙였습니다."지난해도 농산물이 큰 타격을 받았는데, 올해도 <메르스>가 터졌으니 대충 금 맞아서 팔았어요." 그랬더니, 베트남 아주머니께서 한마디 거드시더군요.

"맞아요, 나라가 쥐꼬리 만해서 시장도 작은데 ,사고 터지면 큰일 나요."

"ㄷㄷ~"

나라가 작다?~

우리나라가 땅덩어리 작고 그 와중에 남과 북이 갈려져 있어 더욱 작아 보이는 나라임에는 분명하지만, 결혼 이주해 오신 외국인으로부터 직접 들어보니 기분이 참 착잡해지더군요.

아무튼 땅 덩어리 작은 나라에서 38선으로 나누어져 있다 보니, 베트남 아줌마도 우리나라의 작은 시장 규모를 언제 부턴가 채감하고 있었나 봅니다.

예전에 한 국가가 정상적인 유통시장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 1억 명 이상의 인구가 넘어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도 얼른 통일이 되어서 내실 경제가 완고한 국가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이 더 간절해지네요. 애국의 마음이 앞선 것이 아니라 목구멍의 경제가 아무래도 통일이 되고 나면 나아지겠단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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