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엔 마당에서 우렁차게 짖던 풍산이와 황순이 두 마리의 성견이 있었어요. 반려견을 보살피는 게 여의치 않아 밖에 누가 왔는지 알려줄 황순이만 키우다가 지난 겨울에 풍산개 강아지라며 자랑을 일삼길래, 갖은 애교로 겨우 공짜 분양을 받아왔습니다.

마당에서 사이좋게 지내던 두 녀석이 올해는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뜻하지 않게 유난히 긴 야영생활을 하게 되었답니다.

풍산개

5월 달엔 고라니로부터 고추밭을 지키느라 집에 돌아올 수 없었고 6월 달엔 멧돼지와 또 고라니로부터 수박밭을 지켜야 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풍산이와 황순이의 올해 마지막 임무인 줄 알았지요.


풍산개

7월 말 수박이 밭에서 비워질 때까지 많은 야생동물로부터 밭작물을 지켜야 했던 풍산이와 황순이는 8월 달이 되어서는 다시 고구마밭에 눌러 앉아야만 했어요. 매일 물과 사료를 챙겨서 움직여야 하는 저 자신도 곤욕이지만, 이 두 녀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황순이

언제부턴가 근처 고구마밭에 멧돼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장 심어 놓은 고구마밭을 둘러보았더니 저희 고구마밭도 멧돼지의 공격이 막 시작되고 있었어요.


풍산개

일단 피해를 입고 있는 밭 가장자리에 한 마리씩 보초를 서게 했지만, 밭이 떨어져 있어 더 외로울 거라 여겨집니다.


아무풍산이와 황순이는 싫든 좋은 새로운 임무가 생겨 더 긴 야영생활을 하게 되었지요.


풍산개

올해는 이 두 녀석이 아니었다면 야생동물로부터 밭작물을 지켜내지 못했을 겁니다. 어떤 가정은 고추 포기가 통째로 뽑혀서 다른 작물로 대체해야 했고 출하될 날만 기다리고 있던 수박은 멧돼지의 무식한 공격 앞에 수많은 수박들이 벌겋게 깨어져야만 했어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야생동물의 숫자 만큼이나 더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자연히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멧돼지피해

고구마는 야생 멧돼지가 아주 좋아하는 메뉴라서 여차하면 한 바구니도 건질 수 없을 만큼 고구마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지요.

고구마밭

군데군데 파헤치고 고구마를 슥삭슥삭 먹고 간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이번에도 우리 풍산이와 황순이,막중한 임무를 무사히 마쳐주기만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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