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결혼 6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얼마 전에 저보다 아내가 더 애타게 기다려왔던 한국 국적 취득시험에서 합격을 했다는 것이겠지요.

처음엔 남편인 제가 먼저 한국국적을 취득해서 한국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결혼하자마자 둘 아이 키우며 남편 뒷바라지에 농삿일까지 감수해야 했던 아내였기 때문에, 국적 취득 준비는 자연히 뒤로 밀려나기만 했었습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고 멀게만 느껴졌던 시험 날짜는 현실로 다가와 코 앞에 떨어졌습니다. 공부할 시간을 제공해주지 못한 죄책감에 "천천히 준비하지 그랬냐?"며 둘러댔지만, 하루라도 빨리 따야 한다는 아내..

(상황이 백 팔십도 바뀌어버렸군요.)

그래서 아내한테 물어봤습니다. 

"왜 꼭 이번에 국적 시험을 보려고 해?"

그러자 아내의 대답은...

주민등록

국적 시험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고 얼마 후,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을 하러 아내와 함께 면사무소에 들렀습니다. 참 오랜만에 보는 신청서라서 까마득한 옛 기억과 함께 웃음이 피어나더라고요.


주민등록

열 손가락 지문을 하나하나 찍어나가는 아내..


이 순간에는 한국 사람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주민등록신청

관공서나 은행 같은 곳에 가게 되면 반복되는 글자를 여러 번 적어야 할 때가 있는데, 펜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저한테는 손목 마비를 느끼기 딱 좋은 조건이에요.

주민등록등본

그리고 얼마 후 등본을 떼보았어요.

마침내 제 아내의 이름이 주민등록 등본 상에서 원래 있어야 할 위치에 정상적으로 노출되어 나왔습니다. 국적 취득 전에는 외국인 등록증만 따로 발급 되었고 등본 상에는 이름이 오르지 않았거든요. 

6(외국여성)으로 시작하던 등록증 번호도 2번(한국여성)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봐도 뿌듯한 광경이었는데, 아내는 오죽했을까요?

그런 베트남 아내가 한국 국적에 열을 올린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여섯 살 난 딸아이 때문인데 초등학교에 들어갈 시기가 다가왔지만, 등본 상에 엄마 이름이 없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고 합니다. 이왕이면 한국식 이름으로 개명까지 해서 딸아이가 혹시나 놀림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합니다.

언젠가 뉴스에서 이런 기사 나왔을 때 한국에 대해 나쁜 이미지 심어줄까 봐 은근슬쩍 지나쳤는데,아내는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 가슴 한켠에 단단한 각오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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