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에는 나도 언제 쯤 학부모가 되어 자식의 운동회에 김밥을 싸 가지고 가서 응원을 해볼 수 있을까? 막연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늘 독신으로 살아갈 것 같았던 나에게도 그런 날이 세월이 한참 돌고 돌아 뒤늦었지만 이렇게 문득 찾아온 하루입니다.

세살

이날 쭌이 역시 어린이집에서 기차 여행을 떠나는 날이었지만, 세 살짜리 아이들은 위험해서 가정 보육을 권유 받았답니다. 어찌 되었건 덕분에 누나를 응원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가을운동회

학교 운동장에 도착했어요. 때마침 유치원생들도 입장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내 딸 어디 있누?"

가을운동회

집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친구들과 줄지어 입장하는 딸아이의 뒷모습만 봐도 왜 이렇게 대견스럽게 보이는 걸까요?

가을운동회

학부모 대기석(위)과 휴식 공간(아래).
줄어든 학생 수만큼이나 학부모의 행렬도 차분했답니다.


가을운동회



청군백군

운동회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청군, 백군 응원전이겠지요?
응원 점수도 꽤 높았었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가을운동회

드디어 제 딸이 달리기 경주에 나섰어요. 친구들과 달리기 하는 모습은 오늘 첨 보게 된답니다.
아니, 여기에서 보는 딸의 모든 모습들이 새롭고 신선하게 와 닿을 거예요.

"준비,땅!"

딸과 나란히 선 두 친구와 함께 스타트를 끊었어요. 아빠 욕심으로는 1등 먹어서 제일 큰 상품을 받아 가지고 오는 거였는데, 남자 아이들과 뛰게 되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가을운동회

"우와,,"

"1등이다,1등!"

중간 지점까지는 누가 1등이고 꼴찌인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세 아이 모두 나란히 뛰고 있었어요. 하지만, 중간 지점을 넘어서면서부터 제 딸 은수가 1등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달리기 경주

"추월 당하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늘 은수가 나오는 개인별 경기, 두 경기 중에 첫 경기는 1등으로 골인 했답니다.


아들

누나를 위해 응원을 열심히 할 줄 알았던 쭌이는 헬리콥터만 열심히 끌고 다녔어요. 덕분에 좀 자유로워졌지만, 정작 은수를 위한 사진을 찍고자 할 땐 왜 그렇게 매달리던지...

가을운동회

이번에는 엄마와 함께하는 단체별 경기..

가을운동회

은수,달리면서도 웃음이 싱글벙글..
경기면 경기, 놀이면 놀이를 참 즐기는 딸입니다.

운동회

예전의 차전놀이, 기마전, 곤봉체조, 덤블링 이런 건 이제 보이지 않더군요. 힘들고 위험해서 연습이 꽤나 많이 필요했던 운동들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추억 뒤로 하고 아기자기한 경기를 봐도 나름 즐거워집니다.

가을운동회

요건 풍선 밟기..

운동회

마침내 딸아이의 개인별 경기 중에 두 번째 경기입니다.
이번에는 장애물 뛰어넘기..


달리기

이번에도 역시 초반에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에요.
이룬,,
선수가 매번 같습니다.

가을운동회

두 번째 장애물 앞에서 1등을 못할 것 같은 느낌이 파악 들었습니다. 오른쪽 친구는 운동화만 남았는데, 제 딸은 아직 엉덩이가 터널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거든요. 오늘 은수가 친구들과 함께 달리기 경주도 해보고 엄마와 함께 경기를 치르기도 했는데,1등이 뭐 대수겠어요? 저렇게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아빠가 바랬던 진정한 1등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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