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도 일요일엔 아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서리가 내릴 듯 말듯한 날씨 속에서도 농삿일에는 집안에서 하는 일이 없기에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했어요.

불과 엊그제만 하더라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겠지만, 오늘은 볕이 있어도 내내 차가운 공기가 감쌌습니다. 그런 이유로 둘째 쭌이 코에는 콧물이 마를 틈이 없었답니다.

누나

먼저 아내가 아이들 손을 잡고 집에서 가까운 토란밭으로 왔습니다. 땅이 얼기 전에 토란 뿌리를 캐서 따뜻한 곳에 보관해야 하거든요.

남매

이 토란밭에 도착하자 마자 본 것이 또 남매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도대체 은수의 손에 무엇이 들려있었길래 동생 쭌이가 안달이 났던 것일까요?


남매

가만 보니 은수의 손에는 강아지풀이 들려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누나가 갖고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관심을 갖고 소유하려는 쭌이였지만 강아지풀까지..
그러고 보면 엄마 껌딱지였던 은수가 어느새 동생을 본 이후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양보의 삶을 쭉 살아가고 있었어요.

양보해주라고 하면 군말 없이 양보해주는 그런 은수가 아빠한테는 너무 대견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언젠가 쭌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아빠처럼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오늘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지요.

남매

동생이 워낙 보채니까 은수가 쭌이 모자를 쿡 눌렀답니다.

에긍!


남매

그런데, 오늘 따라 쭌이가 맥을 추지 못하고 몸을 움추리고 말았어요.

남매

아하!



아빠가 오기 전부터 은수가 강아지풀로 쭌이의 목덜미를 간지럽혔나 봐요.

남매

ㄷㄷ

강아지풀로 간지럽히면 저렇게 옴짝달싹 못할 정도로 간지러울까요?
우리 쭌이 간지럼 태우면 저렇게 정신없어 하는 것도 처음 봅니다.

누나

ㅋ~

동생이 무릎까지 꿇었는데도..
전 오늘 작은 천사가 아닌 작은 악마를 실제로 보게 되었답니다.

남동생

쭌이가 일어날 기색이 없자 은수도 똑같이 앉아서 눈높이를 맞추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동생 쭌이의 표정을 볼 수 있었는데요, 누나를 향한 은은한 눈빛이 뭐라 설명할 수는 없어도 남매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함께해야 할 그런 눈빛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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