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이었어요. 언제나 마찬가지로 공휴일엔 둘 남매가 집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엄마아빠는 할머니께 아이들을 맡겨두고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필드로 나갔지요. 요즘 들녘에 나가보면 등줄기가 흠뻑 젖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몰라도 움직이면 정말 땀이 송글송글 맺히더군요. 겨울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아무튼 필드에서 서너 시간을 뛰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세살


토끼 같은 자식들 한번 어루만지는 재미로 하루 일과에 대한 보상을 받아봅니다. 아이들 역시 그런 아빠의 심정을 헤아리고 있었는지 제 곁으로 다가와 컴퓨터며 의자를 야금야금 파 먹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는 제가 켰지만, 결국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를 틀어주고 물러나야 했어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 할머니께서 더 반가워하십니다. 손주들 봐주시다가 저희가 오면 꼭 해방을 맞이한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이지요. 방에 들어서자 마자 할머니께서는.. "쭌아, 아빠 오네!^^"

"너들 아빠 어디 갔다 오누?"

이렇게 말씀하실 땐 세상에 없는 목소리 같더군요. 그런데,충격은 그때부터 입니다. 

"밭에!"
세 살 아들 녀석이 그렇게 대답하더군요. 또 할머니께서도 그 대답을 들으시곤 맞장구도 잘 쳐주셨어요. "아빠가 밭에는 왜 갔을꼬?" 이번에도 역시 똑 부러지게 "돈!" 이라고 대답하는 쭌이..

"아빠가 돈은 왜 버누?" 
그러자 쭌이는 또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때 쭌이 손에는 먹고 있던 과자 봉지가 들려있었어요. 슬그머니 과자를 쳐다보면서.. "까까!" 

아직 까지 문장을 구사할 줄 모르는 세 살 아들입니다. 몇 가지 단어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구사하는 쭌이가 아빠가 밭으로 왜 가는지 돈은 왜 버는지 다 알고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온 가족이 놀라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세살 아들


어떻게 생각해보면 놀라움을 떠나 조금은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버스가 지나가도 <차>, 트럭이 지나가도 <차>, 모든 달리는 것은 <차> 이 단어밖에 모르는 쭌이가 아빠의 일상을 읽어내고 돈의 쓰임새를 알고 말로 표현을 해냈으니 말이지요.

오늘 쭌이의 짤막하면서도 명쾌한 대답으로 온 가족이 대폭소를 터뜨려보았습니다. 또한 놀라움과 충격은 아빠가 알고 있던 그런 세 살 아들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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