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휴가를 떠나서 아직 까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올해지만, 그래도 12월이에요. 이맘땐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다니기 딱 좋은 달이지요. 그걸 알고 조심조심 넘어왔는데, 결국 피해가지 못하고 둘 남매 모두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은수는 감기가 가볍게 왔었는지 그날 약을 먹고 난 다음 날 아침부터 가뿐하게 등교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게 되면 저는 늘 이런 말이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허미, 또 병원 가야 해?"  
그만큼 어린아이들은 감기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지게 되는 것 같아요. 둘째 쭌이 같은 경우는 무엇이든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어 왔기 때문에 평소엔 무척 씩씩한 장군감이었습니다.

허나, 젖을 떼기 전 보다, 이유식을 먹기 전 보다 밥만 먹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감기가 찾아 들기 시작하더군요. 아무래도 그 시기가 되면 모유의 면역력이 더 이상 발휘하지 못하고 순수 밥만 먹고 면역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빈번하게 감기에 걸리는 것 같습니다. 

약국


그래서 결국 어린이집으로 가지 못하고 병원으로 가야 했어요. 오늘은 비까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예 집으로 데리고 갈 생각입니다. 엄마아빠도 이날은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쭌이와 실컷 놀아줄 작정이에요.



차 시동을 걸고 고갯마루 넘어 읍내가 보이기 시작하면 감기에 걸렸든 안 걸렸든 쭌이가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아빠, 저기(병원) 가!" 어린이집과 반대 방향에 있는 병원을 늘 가리킵니다. 아니, 약국을 가리켜요. 병원과 바짝 붙어 있는 약국이 훨씬 작아서 제가 착각했을 뿐, 쭌이가 가리킨 것은 병원이 아니라 그 옆에 자리 잡은 약국을 가리킨 겁니다.

세살


이유가 뭘까요?

제가 꼬꼬마 시절이었을 땐 병원이고 뭐고 다 싫었어요. 병원이란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주사기가 절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근데 시대가 변해서 그런 건지 요즘 아이들, 아니 제 토끼 같은 둘 아이는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지 않고 오히려 더 좋아했어요. 예방주사가 아니라면 아프다고 해서 주사 놓는 일이 없는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그보다 더 획기적인 기획(?)상품들이 병원을 거치기만 하면 눈앞에 펼쳐지니까요..

약국


바로 약국입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있는 이 획기적인 상품들에 아이들은 그저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죠. 하지만, 세 살 아이도 이 약국에 오기 위해선 병원을 거쳐야 한다는 것쯤은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세살아들


약국 문을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이들 기획 상품을 진열해 놓은 곳으로 혼자 잘도 찾아갑니다. 무조건 집고 보는 게 특징이에요. 그래도 아빠 눈치는 살피더라구요.  꼭 "아빠 나 이거 먹는다?" 물어보는 눈치입니다. 

세살


쭌이 눈이 아직도 동그래져 있어요. 그리고 해답을 얻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쳐다봅니다. 
가만 보니 제가 핸드폰으로 정신 없이 사진만 찍느라 대답을 하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하필 카메라를 놓고 와서 핸폰으로 찍었더니 자꾸 흔들린 사진만 나오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우리 쭌이 언어 학습 중에서 빨리도 배운 말이 지금 쭌이 손에 들려있는 바로 <비타민>이었어요. 얼마나 맛있었으면 한두 번 맛보고는 어느 날부터 "아빠, 비타민!~~ 비타민!~~"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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