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크리스마스 카드가 아니더라도 연말 또는 신년 카드로 마음을 전하기 딱 좋은 달이죠. 보낸다면 누구한테 보낼까, 어떤 카드를 고를까, 무슨 글귀로 마음을 따뜻하게 전해볼까 등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오늘 그런 생각을 갖게끔 원인을 제공해준 것은 여섯 살 딸이 들고 온 그림엽서였어요. 아직 한글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꿈도 꾸지 못했던 일입니다.

카드


은수가 들고 왔던 엽서엔 연말 카드를 분주하게 나르는 우체국 아저씨들의 노고가 담긴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엽서카드


"카드네,예쁘당!"
그렇게 말하곤 책상에 내려놓으려고 하니까 "아빠, 뒷면도 봐야지?" 안보면 울어버릴 것만 같은 표정..


 
"설마?" 그냥 가족을 그린 그림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어림짐작 하며 뒷면을 봤어요. 뒷장엔 글을 썼을 일이 만무했을 테니까요.

엽서


그러고 본 엽서의 뒷면입니다. "오잉, 웬 한글?" 내용은..

엄마,아빠께 O준에게

엄마,아빠,O준 사

랑해요. 샤방샤방 히히
O은수(올림,이가)

보내는 사람:O은수
받는 사람: 엄마,아빠,준

가나다라, 아야어여를 한번도 쓰는 것을 보지 못한 아빠로서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후에 한글을 깨치게 되면 받아볼 수 있을까 생각했던 이런 엽서를 예상과 달리 2년이나 일찍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연필을 꼭꼭 눌러가며 썼을 은수,, 그 엽서를 읽고 있는 아빠는 여섯 살 딸의 손끝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해졌던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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