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사계절의 영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겨울이 오기 전에 모든 활엽수의 잎들은 낙엽이 되어 사라지곤 합니다. 그건 높은 산에서부터 제각각 예쁜 색깔로 물들고 땅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스산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마지막 여행길을 떠나지요.

비단 산 뿐이겠어요? 나즈막하고 평탄하다 못해 평온하게 까지 보이는 농부들의 밭도 마찬가지랍니다. 산마다 앙상한 가지가 마치
X레이를 찍은 듯 갈비뼈 마냥 흉하게 남았다면, 밭 또한 아무 것으로도 가리지 못하고 희멀건 맨살로 황량하게 겨울을 맞습니다.

그러나 가끔,, 아주 가끔,,

겨울을 기다린 특별한 녀석들도 있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직접 씨를 뿌려 겨울을 맞이한 호밀의 세계를 보여드릴까 해요. 겨울이라서 더욱 눈에 띄게 돋보이는 호밀이 도대체 추위엔 얼마나 강한 걸까요?

호밀농사


9월 달에 고구마를 수확한 뒤 10월 하순 경에 호밀 씨를 뿌려두었던 밭이에요. 이 호밀을 심은 목적은 내년 봄에 퇴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입니다. 자연 친화적인 거름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유야 어찌 되었든 정확한 명칭은 <녹비>입니다.



11월에 비가 잦아서 골고루 잘 올라왔지만, 역시나 겨울의 문턱에서는 빠른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요. 겨울에도 파릇할 수 있다고 해서 키가 쑥쑥 크지는 않습니다. 다만, 매서운 추위나 눈 속에서도 얼어 죽지 않고 버틴다는 거지요.

호밀


도로를 달리다가 호밀이 심어진 밭을 지난다면 겨울 속에서 봄을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 연출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 뿐만이 아니고 야생의 초식동물들에겐 이미 특별한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호밀


이 겨울에 산엔들 먹을 게 있겠어요? 
작물이 심어진 때와는 달리 속상한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내가 뿌린 씨로 산짐승이 배를 채운 것이 이렇게 흡족하다니요? 농사철은 농사철이고 겨울은 겨울이라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호밀


호밀의 생산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러시아인데, 전 세계 생산량의 1/3을 차지 한다나요. 우리나라보다 훨씬 추운 나라에서 그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만큼 내한성이 강하다는 뜻이겠지요.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맞이하는 호밀은 그저 냉욕하는 기분이 아닐까요?


호밀밭


10월 경에 심는 호밀은 대개 퇴비용입니다. 이듬해 다른 주 작물을 심기 전에 로터리나 경운 작업을 해서 땅속의 거름으로 이용되어질 거예요. 그렇게 되면 화학비료가 필요 없을 뿐 아니라 호밀의 뿌리를 타고 각종 미생물들이 원활하게 활동하는 요인을 만들어 주게 되어 땅을 살리는데도 일조를 크게 한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늦어도 열 달 안으로 심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1년 농사로 지었던 작물을 얼른 걷어내 주어야 하지요. 하지만, 재배 기간이 긴 고추농사나 생강농사 같은 경우엔 호밀을 심기가 참 난감해집니다. 호밀을 퇴비용으로 꼭 밭에 심고자 한다면 거기에 대한 방안을 미리 짜두시고 농사를 시작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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