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우리나라에 떡국이 있다면, 베트남엔 바인쯩(banh chung)이라 불리는 전통 음식이 있습니다. 발음이 꽤 어렵더군요. '반층'처럼 들리기도 하고 '배인층'처럼 들리기도 하고.. 아내한테 몇 번이고 되물어 발음을 내봤지만, 귀가 열리지 않으니까 혀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습니다. 

오늘 베트남어 공부하려고 포스팅 하는 것도 아니니까 정확한 발음은 이 정도에서 끝내고 (이하 포스팅에선 '바인쯩'으로 통일) , 베트남에서 설날(구정)이면 최고의 잔치 음식으로 알려진 전통 요리를 바로 소개토록 할게요. 

베트남 전통음식


설날 전날에 베트남 아주머니 몇 분이 아내와 함께 그 나라의 전통 음식을 만들고자 했지만, 이날 참석을 하지 못하고 대신 음식을 만들 때 들어간 재료비를 부담하기로 하고 몫을 나눠 갖고 왔어요.
 

베트남 설음식


'바인쯩'
이라 불리는 이 음식의 주재료로는 찹쌀,녹두,돼지고기가 들어갔습니다. 12시간을 찌는 것이 아닌 삶아 낸 베트남 설날 음식으로서 준비 단계부터 시식하기까지는 꼬박 하루가 걸렸어요.

라동


바나나 잎이 왜 이렇게 둥글게 생겼지? 싶었는데 역시 바나나 잎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베트남 말로 '라동(la dong)'이라는 나뭇잎인데, 이렇게 설날 음식(바인 쯩)을 만들 때 사용한다고 해요.

반 쯩


자르는 것은 칼이 아닌, 처음 봤을 때 '라동'이라는 나뭇잎을 꽁꽁 묶어두었던 고추 끈이었어요. 
케익 자르듯이 8등분으로 잘랐습니다.

banh chung


다 자른 후의 모습!



오늘 아내로부터 들은 한 마디가 또 저를 놀라게 했는데요, 이렇게 만든 '바인쯩'은 한 달 간 놔두고 먹어도 상하지 않는다고 해요. 도대체 베트남 전통 음식은 왜 그렇게 하나같이 유통기간이 긴지 모르겠습니다.

banh chung


이제 "바인쯩'의 속 살을 보여드릴 때가 된 것 같군요. 주재료 세 가지 중에 찹쌀은 말씀드리지 않아도 다 아실 테고 사진의 노란 콩고물이 녹두를 삶아 으깬 것이고요, 팥 껍질처럼 자주색을 띠는 것이 바로 돼지고기랍니다. 돼지고기는 앞다리살이 이용되었는데, 조미료를 첨가한 간장에 살짝 무쳤다고 해요. 맛을 보니까 돼지고기 맛보다 참치 맛이 났어요.

베트남 설날 음식


저는 딱 한 조각 먹어봤습니다. 찹쌀의 쫀득함으로 시작해서 빵처럼 텁텁한 녹두 맛이 이어졌고 다시 느끼한 참치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돼지고기지만..

그 세 가지가 입안에서 한데 섞이기 시작하니까 따로 놀았던 각각의 맛들이 순화 과정을 거친 이후 재미있고 먹음직스러운 맛으로 재탄생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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