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조용한 오후 시간에 갑자기 냉이가 먹고 싶다며 호미를 챙기러 나간 아내가 일곱 살 딸의 손을 잡고 길을 나섰어요. "나도 같이 갈까?" 물었더니 쭌이와 집에 있으라고 하더군요.
아내와 딸을 보내 놓고 얼마 안 가서 막 잠이든 둘째를, 이불을 곱게 덮어주고 먼저 냉이 캐러 간 모녀를 뒤쫓아 가봤어요.
둘 모녀 냉이 삼매경에 빠져있는지 왜 왔느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냉이가 많은 것도 아니었어요. 띄엄띄엄 눈에 겨우 띌 정도였으니..
은수는 냉이를 또 발견했군요. 손에 쥔 호미가 다시 분주해졌어요.
냉이를 캐다 말고 은수는 그래도 아빠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센스가 있네요.
제가 오기 전에 몇 개나 캤는지 몰라도 딸이 스스로 냉이를 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냉이를 번쩍 들어 보였어요. 은수가 캔 건 뿌리도 참 실하네요.^^
양이 푸짐하진 않았어요. 오늘은 첫 수확이라는 데 의미를 둬봐야 할 것 같아요.
냉이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아 철수하자는 말에 은수는 마치 개선장군이 된 것 마냥 씩씩하게 밭을 걸어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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