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밤이야 어쨌든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봄날 같습니다. 덕분에 추위 걱정 없이 아침 길을 나섰어요. 오늘은 딸아이의 손을 잡고 치과에 가서 진료를 본 뒤에 유치원으로 데려다 줄 계획이에요. 

봄비


아내와 은수를 치과에 보내 놓고 난 뒤에 차 안에서 마냥 기다리다가 기다림에 지쳐 아내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아직 멀었냐?"

"조금만 기다리면 은수 차례야!" 그런 아내의 대답은, 배달 시킨 짜장면을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하면 '방금 출발했어요!' 하는 대답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 쓴 웃음만 나왔습니다.

여자아이 우산


"그럼, 은수 우산 사러 갔다 올게!" 아침에 비가 내리는 걸 본 은수가 우산을 사 달라고 내내 졸랐었거든요. 원래 생각했던 건 은수가 치과 치료를 마치고 나오면 함께 가서 사려고 했었지만, 오늘은 병원이 많이 붐볐던 탓에 시간을 쪼갤 수 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어요.

"일곱 살 여자 아이용으로 부탁합니다." 그랬더니 제 앞에 놓여진 건 두 개의 우산.. 
하지만, 핑크색과 분홍색의 차이만 있었지 둘 다 <헬로우 키티>였어요. 물품을 자주 사지 않는 저에겐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 없이 선택의 폭이 좁아서 좋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으니 홀가분하게 하나를 선택했습니다. 그게 제 차 조수석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우산이에요. 그리고는 이런 상황에 가장 좋아할 은수를 무작정 기다렸습니다.

헬로우키티 우산


치과 치료를 마치고 병원 밖을 나온 은수가 차에 올라타면서 예상했던 대로 우산을 보고는 많이 기뻐했어요. 


우산이 예쁘다며 마음에 들어했던 은수가 비를 막기 위해 우산을 처음으로 펼친 뒤 엄마아빠에게 잘 가라고 손까지 흔들어줍니다. 

딸 우산


어린이용 우산


하루 종일 봄비 마냥 내리는 날씨를 쳐다보며 찾아온 손님과 이런저런 얘기들 나누다가, 문득 아침에 보았던 풍경과 흡사하게 우산을 쓴 은수를 또 보게 되었어요. 평소 같으면 데리러 안 나왔냐고 투정 부렸을 은수가.. 

우산


오늘 만큼은 집으로 들어선 은수의 표정이 매우 밝았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