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딸아이가 어디에서 누구한테 듣고 왔는지 느닷없이 "아빠, 종이학 천 마리를 만들면 정말 소원이 이루어져?"라고 묻더군요. 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동심을 깰 대답은 할 수가 없어 "YES"라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정말로 종이학 천 마리를 접겠다며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종이학 접기를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저한테 이런 당부도 했습니다. "아빠, 쭌이(동생) 절대 못 일어나게 해!" 쭌이는 그때 낮잠을 자고 있었어요. 아마도 동생이 일어나서 거실로 나오게 되면 틀림없이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을 짐작했나 봅니다.
은수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현실이 되었어요. 실눈을 뜨고 방문을 연 쭌이가 늘 그렇듯 베개를 껴안고 나타났습니다.
잠에서 갓 깨어난 쭌이가 누나 곁으로 다가가자 동생한테 먼저 충고부터 던졌어요. "야, 이거 건드리기만 해봐?"
그래도 꿋꿋하게 서있는 쭌이.. 안되겠다 싶었는지 접어 놓았던 종이학을 모두 한쪽으로 몰아 놓은 뒤에, 그 중에서 가장 작은 종이학 하나를 건네주면서 나머지 종이학은 건드리지 말라고 협상을 제시했어요.
잠시 동안이겠지만, 협상 타결을 본 은수가 자유롭게 종이학을 접을 수 있었답니다.
두꺼운 동화책을 가위로 잘라 만들다 보니 접힌 부분이 자꾸 두꺼워져 힘들어했어요. 하지만, 색종이로 접을 때보다 뜻밖의 그림이나 색깔을 볼 수가 있어 재미는 배가 되는 듯했습니다.
종이 접기를 별로 해본 적 없는 저는 종이학 접기의 난이도를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만, 은수가 접는 것을 보니까 아예 엄두를 낼 수가 없겠어요.
곧 협상의 약발이 모두 떨어지면서 쭌이가 큰 종이학 무리 근처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는 누나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손이 갔어요. "와, 학이 난다!" 효과음까지 내며 학을 날리고 있어요.
이번에는 학이 다치지만 않는다면 조용히 넘어가 줄 작정인가 봐요.
심심해 하는 쭌이를 위해 이 아빠가 나서보기로 했어요. 다이어리 뒷쪽에 있는 지하철 노선도를 오려서 제가 유일하게 접을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몇 번만 접어주어도 이렇게 간단하게 비행기가 만들어져요.
종이 비행기 날리는 방법을 먼저 시범을 보여준 뒤에 쭌이에게 넘겨주었어요. 그리고는 쭌이도 날려보는데..
비행기의 앞뒤 구분 없이 잡히는 대로 휙 던져버리니까 매번 뒤 꽁무니부터 날다가 쭌이 발등 근처에만 추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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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러고 보니 종아학을 접어 본일이 없네요
얼마전 TV에서 보니 종이 비행기 잘 날게 하려면 잘 접어야
한다 하더군요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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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학을 접어주는 선물이 최고였죠!! 저는 거북이 접어서 아내에게 준 기억이 나네요!! 거북이는 장수를 기원하는 동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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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짜리가 학을 접는다! 정말 대단합니다. 저는 오스트리아 할매들 두뇌운도에 좋다고 학접기를 가르쳐봤는디... 아무도 못접었습니다. 할매들은 그렇다치고 중년의 요양보호사도 접지를 못했습니다. 학이 이렇게나 접기 어려운줄 전에는 몰랐었는디... 여기서 사람들은 못접는 학을 7살짜리가 접는다니...정말 대단한거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