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성큼 다가왔어요. 풀린 날씨를 쫓아 윗마을까지 올라갔더니 운 좋게도 냉이밭을 만났습니다. 근처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냉이는 이름표가 없어서 캘 때까지는 누구 것인지 모르지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건네며 할머니 곁으로 가는 아내..

냉이


여긴 이미 냉이를 캐간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예전엔 사람이 살았던 집터였는데, 집을 허물어도 다른 쓸모가 있군요. 

냉이


내일 모레는 정월 대보름이라며 냉이를 캐신다고 했어요. 냉이가 정월 대보름과 뭔 상관이 있을까 연관을 지어봤습니다. 연결이 되지 않았어요. 그냥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밖에 나간 자식 중에 누구라도 온다면 냉이로 만든 먹을 거리를 내놓기 위해..

냉이


보이시나요? 냉이가 주변 색깔로 위장했다고 해서 찾기 어려울 거란 생각은 할 필요가 없을 듯해요. 냉이의 위장술은 애교 정도로 봐줄 만합니다.

냉이


집에 도착한 냉이..
"뭣 하러 이렇게 많이 캤어?" 없으면 다음에 또 캐서 먹으면 되었으니까요..


그러자 아내는 재미있어서 캐다 보니까 이만큼 되었다고 해요. 아무래도 냉이는 호미질을 정신 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나 봅니다.

냉이국


그날 저녁..
구수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어요. 봄의 전령사가 저희 집을 방문한 것 같습니다.

냉이국


이번에 먹는 냉이의 뿌리는 지난번에 먹었을 때보다 훨씬 두툼해져 있었어요. 불과 2주 차이에 봄을 더 많이 흡입한 냉이였어요.

냉이국


만인이 좋아하는 냉이.. 과연 아이들까지 좋아할까요?
지켜봤습니다. 그랬더니 네 살 아들 녀석은 돼지고기만 쳐다보고 일곱 살 딸아이는 엄마가 숟가락에 얹어줄 때만 먹더군요. 앞으로 십 년을 기다리면 저희처럼 좋아할지 모르겠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