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끼 뽀얀 쌀밥만 먹다가 언제 먹었는지 기억에도 없는 잡곡밥이 뜬금없이 떠올랐어요. "오늘은 콩밥이 먹고 싶네!" 아내한테 넌지시 말을 건넸더니, 돌아오는 말은 "아이들이 싫어해서 안돼!"

그렇다고 쌀밥과 잡곡밥을 동시에 차릴 수는 없는 노릇..
"그래, 아이들을 위해 내가 포기하는 게 현명한 거야!~~"

잡곡밥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는 그토록 먹고 싶어했던 잡곡밥이 저녁상에 올라왔어요. 콩 농사가 시원찮아 있는지 없는지도 파악이 안되고 있는 검은콩과 어머니께서 갖다 주신 좁쌀을 섞어 만든 잡곡밥이에요.

잡곡밥이 올라왔을 때 눈 호강하는 것도 잠시, 아이들 눈치부터 살피게 되더라는..


첫째는 콩을 피해가며 잡곡밥을 떠먹습니다.
둘째는 아내가 떠주는 밥을 마지못해 먹는 모습이었어요.
먹고 싶은 잡곡밥이 올라왔는데, 아이들 밥 떠먹는 모습 보니까 한쪽 구석이 은근히 켕기더군요.

"아이들아, 오늘은 아빠가 너무너무 미안하게 됐어!^^~"

콩밥


동짓날(12월21일,양력)을 시작으로 해서 정월 대보름날(1월15일,음력) 기간엔 유별나게 잡곡밥과 여러 가지 말린 나물이 생각나고 먹고 싶어져요. 추운 겨울 온 가족이 상에 둘러앉아 먹던 모습이 미각에도 남아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잡곡밥이 최소한 저에게는 계절을 타고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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