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건너온 지 7년째에 접어들던 지난 해에 아내한테는 큰 변화가 있었어요. 남편과 함께 많은 농삿일과 어린 남매를 키우면서 차일피일 미루었던 국적을 취득함과 동시에 곧바로 운전학원에 등록까지..

조만간 운전면허 시험이 까다로워진다며 급하게 등록을 서둘렀던 아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남아있습니다. 남편의 설마 했던 마음으로 또 다시 차일피일 미루었다면, 지금쯤 아내는 거품을 물고 운전면허시험장을 뺑뺑이 돌고 있었겠지요. ㅋ

다문화가족


아내의 판단 대로 운전면허증을 따고 얼마 안되어 기능시험이 매우 까다로워졌어요. 그 전에 합격을 한 게 "천만다행이다!"라며 어깨를 툭툭 쳐주는데..

베트남 아내가 시집살이 7년 차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운전면허증까지 일사천리로 취득하게 되어 덩달아 기분이 홀가분해지고 있었는데, 상승된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여보, 나도 중고차 한대 사주라!"

가슴을 쓸어 내리는 소리였어요. 빡빡하게 돌아가는 살림에 느닷없는 승용차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죠. "나도 사주라!"라는 말을 곱씹기를 수십 차례...



문득 연관된 이미지들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서 다 그렇게 해왔던 히스토리란 걸 짧은 시간에 추리해냈지요. 여태 아내와 함께 지내면서 밀고 당기고 해봤지만, 승용차 구입에 관한 한은 서로가 털끝 만큼도 양보하지 않았어요.

부부 사이에 밀고 당기면서 살아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말 같지만, 때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독한 마음으로 버틴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시작부터 극한 전쟁 모드가 됩니다. 그리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스트레스와 상처로 얼룩진다는 것을 이때 실감해봤어요. 어떻게 하든 끝을 맺어야 했어요.

마지막 히든카드까지 꺼내가며 아내의 고집을 꺾으려 했지만, 유일하게 무릎을 꿇은 일화로 남기며 얼마 뒤 저희 집에 아내의 애마가 도착했습니다. 

스파크

                                                       아내의 애마가 된 스파크!~

당시 가깝게 지내던 이웃 다문화가정에서 차량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을 때여서 저희가 이 스파크를 붙들었습니다. 5년 된 중고차지만, 매달 모임을 같이 해왔기 때문에 무사고 차량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중고차를 사게 되면 이걸 붙들어야겠다 싶었지요.

스파크 내부


차의 외관이나 내부 모두 마음에 들었어요. 아내도 마음에 쏙 들었는지 한번 타고나면 두 번 세 번 청소하더군요. "처음엔 다 그런 거야!~" 웃으며 지켜보는 것도 하루 이틀... 저와는 다르게 처음 그때처럼 늘 깨끗하게 관리를 하더군요.

아무튼 외국인 아내를 둔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남들과 패턴이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고개가 숙여지는 대목이에요. 제 1 목표가 국적 취득이었다면 두 번째 목표는 운전면허에 합격하는 것이고 그러고 나면 승용차를 놓고 한바탕 소동을 벌여야 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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