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보니까 초승달과 화성 그리고 금성이 2004년 이후 13년 만에 다시 일렬 배치된다는 소식이 있어 밖에 나가 보았어요. 그때가 저녁 7시 30분 경이었는데, 삼각대 없이 사진으로 남기기엔 이미 많이 어두워진 시간이에요. 그래도 13년 만에 찾아온 흔하지 않은 우주쇼이기에 어떻게 하든 기념사진을 남겨볼 작정으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보았습니다.

화성


"잉, 어젯밤에 봤던 광경이네?"

달과 금성이 가까이 붙어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밝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안, 그 사이에 끼여 초라하고 음침한 붉은 빛을 내뿜고 있는 것이 화성이란 것을 몰랐을 뿐이었죠. 아무튼 필름 감도 6400에 셋팅하고 75mm까지 당겨서 찍었을 땐 화성이 아주 작게 나와버렸어요.(노란 원 안의 작은 점이 화성)


금성


다시 95mm까지 당겨서 찍으니까 화성이 그나마 잘 보였지만, 초승달은 셔터를 누를 때 흔들림 현상이 발생해서 그만 비만이 되어버렸습니다.



렌즈를 조금씩 당겨봐도 육안으로 보는 빛을 담아낼 수는 없겠다 싶더군요.ㅠ


초승달


평소 야경이나 천체를 찍어봤어야지...
초승달의 배가 자꾸 불러져 오네요. ㅋ


우주쇼


아무튼 육안으로 봤을 땐 밝고 맑은 빛을 내는 초승달과 금성과는 달리 화성은 작고 음침한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기분 나쁜 색상..

누구나 한번쯤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을 겁니다. 저는 오늘 밤 우주쇼를 관람하다가 초승달과 화성, 금성이 내뿜는 색을 보며 비슷한 상상을 해보았는데요, 만약 저 세 군데 모두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화성엔 틀림없이 붉은 늑대들이 돌아다니고 있을 거예요.^^

요정이나 천사 또는 얼음공주가 화성에 살 것이라는 상상은 눈꼽 만큼도 할 수 없게 만드는 빛입니다. 내일도 똑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지구에서는 유독 음침하고 붉은 색으로 보이는 화성을 관찰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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