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끔 들리는 작은 구멍가게에 자물쇠가 한 달이 넘도록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의구심이 생겼지요. 이 작은 구멍가게는 20여 년 전부터 인연을 맺기 시작한 곳이에요. 거기에다가 이 가게의 주인은 올해로 90세를 맞이한 연로하신 할머니께서 홀로 운영하시던 곳입니다.
이 구멍가게를 최근 들어 부쩍 자주 들리게 된 이유는 어느 날 할머니께서 저희 집으로 전화를 하셨기 때문이에요. 젊은 양반이 갑자기 발길이 뚝 끊어져서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셨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요즘은 반대로 제가 걱정하게 생겼습니다.
할머니께서 벗삼아 키우시는 유일한 가족이에요. 누군가는 이 개를 보살펴주고 있는 것 같았어요.
꿈쩍도 않던 문이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열려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급히 차에서 내려 들어갔지요.
헛, 그런데 얼마 전까지 보이던 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가게로 들어갔더니 이렇게 허전해졌구요.
주인집 할머니에요.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다가 할머니 사진 한 장 찍어드린다며 카메라를 들었더니, 갑자기 이런 자세로 바꾸시더라구요.ㅎ
처음엔 염색을 하신 줄 알았어요. 갑자기 더 백발이 되셨습니다.
3년 전 할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내시더니 그 이후로 나날이 쇠약해지셨어요. 가게를 들릴 때마다 밥만 많이 드셔도 건강하실 수 있어요. 그랬는데,,,
결국 밥을 드시지 못해 쓰러지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구 큰 병원으로 이송 되었구요.
더 이상 가게를 운영할 여력이 남지 않아 정리하신다고 하시네요. "이렇게 문을 닫으면 제가 서운해서 어떡하지요?"
벌써 반품할 것들은 다하고 낱개로 남은 것만 선반 위에 얹혀져 있었어요. 그중에서 제가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박스에 담아 할머니의 손을 덜어주었습니다.
박스에 담은 물건들을 차에 싣고 떠나기에 앞서 할머니의 텃밭을 보았어요. 저 풀들이 곧 점령하겠지요. 텃밭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겠지만, 사람은 그럴 수 없다는 단순한 이치가 오늘 따라 슬프게 와 닿습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숭아나무는 열매를 빨리 봅니다 (12) | 2012.06.12 |
---|---|
한달 된 송아지, 첫 이유식 시키는 날 (12) | 2012.06.07 |
사과나무 밭에 웬 오리? (16) | 2012.05.20 |
백구 모자의 첫 나들이 (17) | 2012.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