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핸드폰에 낯선 전화번호가 떴습니다.
 
"여보세요?" "혹시 OOO 핸드폰 아니에요?"
"네, 맞습니다만 누구신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어떤 할머니의 목소리였어요. 군청으로 연락을 해서 겨우 핸드폰 번호를 알게 되었다고 양해를 구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조그만 선물을 보내주고 싶은데 주소를 가르쳐 달랍니다.

모르는 분한테서 선물받기가 찜찜해서 마음만 받겠습니다. 그랬더니 이미 선물도 사다 놓았기 때문에 꼭 보내야 한다고 하셨어요. 핸드폰을 들고 있는 그 짧은 시간에 심각하게 고심했었지요. 사기 전화가 극성을 부리는 요즘 세상에서 말이지요. 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로부터 어떻게 선물을 받을 수 있나, 그렇게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는데 할머니께서는 선물을 꼭 보낼 수 있도록 해 달라하셨습니다. 받을 수 없는 입장과 받지 않으면 실망하실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졌지요.

결국 좋은 게 좋다고 문자로 주소를 알려드리겠노라 말씀드렸습니다. 대신 조건을 달았습니다. 택배를 보내실 때, 꼭 할머니의 주소를 빠트리지 말고 적어 달라고 했지요.

선물

택배를 받은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어요. 
아내한테 이 택배 박스를 버리지 못하게 했더니 정말이지 큰방 구석에 모셔놓았더라구요. 덕분에 따뜻한 할머니의 온정을 또 느끼면서 사진 찰칵!~

선물

택배 박스를 열기 전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몰랐습니다. 감은 왔지요..부피보다 가벼웠으니,,,,

옷

할머니는 텔레비전으로 봤던 저의 신체 사이즈를 정확히 꿰뚫으셨나 봐요.

제가 옷을 살 때는 100이라는 숫자만 보이면 입어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저한테는 잘 맞지요.

뜨개질

할머니의 수제품이라고 들은 것 같아요. 
자제 분이 미국에 계셔서 잠시 머무르는 동안 뜨개질 하셨다는 내용을 듣긴 했는데, 이 목도리를 두고 하신 말씀인지는 제가 명확히 이해를 못해서요....ㅠㅠ

목도리

목도리 전체를 두루 살펴보아도 상품에 관한 라벨이 없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두고두고 간직해야겠지요.

선물

산속에 위치해있는 지라 어마어마하게 춥습니다. 천정에 슬라브 지붕이 혹한에 못 이겨 쾅,쾅!  
철근이 응축 되어 내는 
소리가 지진의 정점에서 내는 소리만큼 크게 울리는 곳입니다.



외풍이 심한 집에서 힘들게 겨울을 나고 있는 아내한테 이보다 떠 따뜻한 선물이 어디 있을까요?

점퍼

거기에다 완벽한 외투까지....


택배는 전화를 받은 다음날 오후에 도착하였고 아내와 전 각자 옷을 입어봤습니다. 저나 아내나 모두 마춤이었지요. 감사하다는 전화와 함께 발송지로 저희가 농사지은 호박 고구마와 단무지 싹으로 말린 시래기를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서 보내드렸습니다. 제가 보내드린 선물을 받으신 날, 할머니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지요.

맛있으시다면서 고맙다는 인사전화였습니다.
.....!!!
할머니,
 정말 고마운 건 저희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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