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밤만 지내고 나면 2013년도 굿바이네요. 좋았던 일도 있었겠고 안 좋았던 일도 있었겠지만, 이참에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이 포스팅으로 올해의 궂은 일들을 정리해볼 거예요.

며칠 전 겨울 답지 않게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을 때, 그동안 손 놓고 있었던 고추밭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습니다. 고추 지주대도 묶어 치우고 바짝 마른 대궁도 한쪽으로 치워 놓고 말이지요. 그런데, 웬 한숨이 그렇게 나오던지... 그럴 
것 같아 이렇게 늦게 고추밭에 왔는데도 말입니다. 

고추밭

300평(1마지기)에 들어가는 고추씨 값: 15만원.

비닐 값: 약 4만원.
퇴비 값: 약 10만원.
비료 값: 약 10만원.
농약 값: 약 60만원.
기름(건조) 값: 약 20만원(면세유 시)
대략 머리에 스친 것만 119만원.
300평당 생산량: 400근*4,800원= 1백 92만원.
순소득 73만원.
잡다한 경비까지 합치면....



1년 내내 일하느라 왔다 갔다 했던 경비 값은 떨어졌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더랍니다.

눈길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밭에서 나오는 모든 농작물 값은 보란 듯이 바닥에서만 맴돌았고요. 정말이지 올핸 농사지어서 재미라곤 눈꼽 만치도 없는 악몽 같은 해가 되고 말았어요. 

그런데도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은 왜 그렇게 즐거웠는지 제 자신도 잘 모르겠습니다.
돈보다 소중한 것이 집에 있어서 였을까요? 아님, 길바닥에 눈이 깔려있어서였을까요?ㅎㅎ 

그마저도 아니라면,,,

다시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내년이 코앞에 다가와 있어서 였을까요? 어떤 이유에서든 가슴에 담아둬서 좋지 않을 것들은 하루라도 빨리 버리는 게 건강에 유익하지 싶어요. 

올 한해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셨던 모든 분들도 안 좋았던 일들은 훌훌 털어 버리시고, 기쁜 마음으로 새해를 준비하시길 진심을 담아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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