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전거 페달에 발이 닿지 않아 뒤에서 밀어주지 않으면 나아가지 못했던 은수, 오늘 자전거 타는 것을 봤는데 페달에서 발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엄마아빠 모르게 키가 커져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세발자전거라서 안정적으로 탈 수 있는데도 
한쪽으로 자꾸 넘어지곤 했습니다. 아빠가 자세히 관찰해봤더니, 안장 밑에 고정 나사 한 개가 많이 풀려져 있었어요. 당연히 아빠는 바로 수리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연장을 찾아야겠지요?

"도라이버 어디서 봤더라?~~" 

아내도 고개를 저었습니다. 근래엔 못 봤다고 하더군요. 물론 밖에 나가 연장통에서 꺼내 올 수도 있었지만, 실내에 있던 도라이버를 찾는 것이 낫겠다 싶었어요. 어디에서 봤는지 시간을 거슬러 도라이버를 추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은수가 "도라이(은수발음) 여기 있어!~~" 
소리 지르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세발자전거

자전거 페달을 씩씩하게 밟으며 신 나게 타고 있는 딸이 기특해 사진을 찍어 주고 있는데, 저렇게 자꾸 넘어지곤 했습니다.

고정나사

부속이 많지 않은 자전거라서 금세 알 수 있었어요. 안장을 재끼니까 나사 한 개가 반 쯤 풀려 있었지요.
도라이버로 풀린 나사를 조아 주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방법입니다.

도라이버가 어디 있는지 엄마아빠가 의논하는 사이, 은수가 "도라이" 여기 있다며 방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전 마음속으로 "역시 아이들은 기억력이 뛰어나단 말이야!" 이런 말이 저 밑에서 가슴 위까지 솟구쳤습니다. 그리고는 은수가 도라이버를 가지고 나올 때까지 자전거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지요.

그런데, 은수가 방에서 들고 나온 것은 아빠의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너무나 뜻밖의, 너무나 어의가 없어서 은수한테 그냥 한방 먹은 기분이었어요.

보는 순간 그냥 "헉!" 소리밖에 안 나왔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나왔을까요?

그것은 바로...

은수

"드라이기"였습니다.



아빠가 말했던 도라이버는 은수한테 드라이기로 인식되었나 봅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잠시 동안  멍하게 바라보기만 했지요.~

자전거

그래도 엄마아빠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려고 했던 은수가 기특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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