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우스에 고구마를 심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늘도 할머니 네 분을 모셔와서 작업하고 있어요. 해가 바뀌니 품삯도 그때마다 고공 행진이라 올해는 하루 일당이 6만원.... 그야말로 첩첩산중입니다. 

농사 일기로 써야 할 것이 은수가 따라 나오는 바람에 오늘은 육아 일기로 시작해 볼게요.


오전 10시경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여보, 은수가 고구마 작업장 간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어!~~~" 마침 고추모종 하우스의 담요를 벗기러 집에 가야 했기 때문에, 은수의 할머니와 제가 작업하고 있는 고구마 작업장에 데리고 올 수 있었습니다.

"아빠, 나도 고구마 잘 심을게!~"


하우스

할머니의 손 도구인 호미를 뺏어서 저만치 떨어진 곳에 앉아 구덩이를 파는 은수....
연필을 만지는 것보다 호미를 들었을 때가 더 즐거운 표정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할머니를 붙잡고 어떻게 해서든 밖으로 나가자고 떼를 씁니다.
우리 은수 설득력도 상당해요. "할머니, 나 더워, 같이 나가자!~~"

손녀

고구마를 옮기면서 계속 보이던 장면이었어요. 아까도 이 장면, 다시 고구마를 옮겨 놓고 찍는 데도 이 장면..ㅋ
그런데, 할머니의 표정이 왠지 어둡게 보였어요.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란 걸 카메라 렌즈를 통해 읽었습니다.~


딸아이

이때까지도 전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냥 들고 다니는 것인 줄 알았지요.

은수

다시 카메라를 들었을 때 은수 할머니의 시선이 담요 위에 얹혀있는 빵봉지를 향하고 있었어요. 그때야 저도 아차 싶어 "어머니, 빵 몇 개 남았어요?"
............!

딸랑 한 봉이 남았답니다.
오후 참으로 사용할 빵은 최소 네 봉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은수 아주 깨끗하게 비웠어요.ㄷㄷ

딸

이렇게요....

아이

"한 봉 정도 먹었겠지!" 그렇게 맘먹었던 제가 참 맨붕이 된 상태...



어쩐지 빵 조각을 할머니한테 인심을 팍팍 쓰드라니...
그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고구마

콘테이너 박스에 담긴 고구마를 손수레에 싣고 들어가야 하는데, 잠시 쉬고 있는 시간에 은수가 아빠의 손수레를 후다닥 끌고 가더랍니다.

하우스

넘어진다....

딸

어쭈?~~

손수레

결국 꽈당 넘어뜨리고 말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혼자 힘으로 일으킬 줄도 아네요.


은수

가다가 멈추어야 제가 일하기가 쉬워 지는데, 할머니가 계신 곳까지 끝끝내 가버리고 말았어요. "흐미, 난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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