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여름 할 것 없이 10월 가을까지 긴 가뭄이 이어져 여기저기에서 하늘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붉어져 나왔었지요. 그나마 요즘은 어느 정도 관수시설을 갖춘 노지 재배지가 늘어 위기에서 탈출한 곳도 없진 않았지만, 어디 하늘의 비에 견줄 만 했을까요?

어떤 작물을 막론하고 곡식은 곡식대로 목이 탔을 테고 농부는 농부대로 끝도 없었던 가뭄 만큼이나 속이 타 들어갔을 것입니다.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에서 잊을만 했던 가뭄의 피해가 또 한번 농부의 마음을 허탈하게 만들었는데, 그건 모두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던 콩 작황이었습니다.

콩은 주로 후작으로 심는데, 전작이든 후작으로 심든 돈벌이로는 큰 메리트가 없는 작물이라서 자라면 자라는 대로 내버려 두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작물보다도 뚜렷하게 가뭄피해를 받은 작물입니다. 

콩재배


12월 현재까지도 곳곳을 돌아다녀 보면 심었던 콩을 수확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곳이 많았어요.

콩농사

콩 대궁을 베거나 뽑아서 단으로 묶고 다시 콩 탈곡기로 탈곡을 해봐도 건질 수 있는 콩이라고는 예년의 절반도 되지 않을 뿐더러, 그나마 수확한 콩이 알이 차지 못하고 납작해서 상품 가치성이 현저히 떨어져 버린 해가 되었습니다.

쭉정이


모든 포기가 이렇게 빈 쭉정이로 있으면 마음이라도 가볍게 먹고 갈아 엎겠는데, 튼실해 보이는 깍지가 더러 눈에 띄기라도 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콩깍지


버리자니 아까워 탈곡을 시도해봤더니..

탈곡


콩깍지는 우수수 기계 밖으로 잘도 배출되는데, 콩은 탈곡기가 삼켜 먹고 있는지 가끔 자루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서리태


탈곡을 마치면 훗날 조용한 시간에 마눌님이랑 마주 앉아 선별을 하겠지요.


 
아마도 반 이상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콩농사


그나마 하우스에 심었던 콩은 물을 몇 번 공급해주었더니, 노지의 콩보다는 양호한 상태였어요.

서리태


조금 더 실해보이지요?~

검은콩


속살이 파란 검은콩(서리태)은 제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식품이라서 매년 재배는 하고 있지만, 올해처럼 수확량과 상품성이 밭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좋지 못했던 해는 이번 해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 Recent posts